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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두달째 “경기 둔화”…전문가들 “내년 2.5% 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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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에 대해 두 달 연속 ‘둔화’ 진단을 내렸다. 경제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잿빛으로 바뀌고 있다.

“소비·투자 부진한 흐름” 평가 속 #경제 버팀목 수출마저 우려감 #고용 상황도 올해보다 악화 전망

KDI는 10일 내놓은 ‘경제동향 12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KDI는 8월까지 경기 상황에 대해 ‘완만한 개선 추세’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9월부터 ‘개선’ 표현이 사라졌다. 11월부터 KDI는 아예 ‘둔화’라고 적시하고 있다.

지난 10월 광공업 생산이 전년 대비 10.7% 증가하는 등 수치상 개선세가 보였지만, KDI는 일시적 효과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0월이었던 추석 연휴가 올해 9월로 옮겨감에 따라 올해 10월 조업일수가 1년 전보다 늘어난 데 따른 효과라는 게 KDI의 판단이다. KDI는 “일시적 요인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산업 생산 증가세는 미약하다”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민간소비 및 투자를 포함한 내수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다. KDI는 “소비자 심리가 악화하는 등 민간소비에 대한 부정적 신호가 점증하고 있다”며 “투자도 일시적 요인을 제외하면 부진한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홀로 한국 경제를 이끌던 수출에 대해서도 KDI는 “반도체 및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품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다소 완만해지는 모습”이라고 봤다. 특히 수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외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는 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KDI는 “세계교역량 증가세가 완만해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도 기준치를 하회하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예상치를 낮췄다. KDI가 국내 경제전망 전문가 19명을 상대로 지난 10월 말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예상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올해 2.6%, 내년 2.5%다.

지난 4월 말 KDI의 같은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모두 2.9%로 예상했다. 하지만 7월 말 조사에서는 전망치가 올해와 내년 모두 2.8%로 떨어지더니 10월 말 조사에선 2% 중반대로 내려갔다.

또 전문가들은 내년 고용 상황이 올해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을 올해는 9만명, 내년은 12만명으로 예상했다. 수출(금액 기준) 증가율은 올해 4.7%에서 내년 4.1%로 줄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올해(750억 달러)보다 축소된 611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내년 기준금리의 향방에 대해선 다수의 응답자가 동결을 점쳤고, 한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본 소수 의견도 있었다. KDI는 설문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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