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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숲 여행, 국민 삶의 질 개선에 도움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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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재현 산림청장

김재현 산림청장

여행(旅行)의 사전적 정의를 풀어보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함으로써 삶의 활력을 되찾는 모든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안데르센이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과 같다’고 말한 건 바로 이 때문이리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여행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여행자 수는 2010년 3100만 명에서 2017년 4050만 명을 넘어섰으며, 국내 여행 비용은 지난해 29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여행의 가장 주된 활동으로는 ‘아름다운 자연과 풍경 감상(31.1%)’이 차지했다.

정부는 최근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범정부 국가관광전략을 수립했다. 산림청 역시 국내 산림관광 활성화를 위해 올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매년 1500만 명 이상이 찾는 자연휴양림에서는 지역에 특화된 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예로 춘천 용화산 자연휴양림에 암벽 등반 등 산림레포츠 시설을 도입했으며, 애완견과 동반출입이 가능한 휴양림을 지정했다. 장애인 등 소외 계층이 우선 예약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나눔 객실도 늘리고 있다. 이 밖에 아름다운 숲을 알리고, 자연친화형 여행지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올 초부터 국민과 함께하는 숲 여행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 중이다.

많은 국민이 산을 방문해 삶의 활력을 되찾고 여행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기 위해서는 첫째, 국민이 숲 여행 정보에 손쉽게 접근하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요자 중심의 산림 관광 콘텐트가 꾸준히 제작되고 매년 변화에 맞춰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산림청이 현재 운영하는 ‘자연휴양림 통합예약시스템’이 산림관광 콘텐츠의 수집·활용 및 관련 정보의 통합플랫폼으로 기능하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숲 여행이 관광객의 편익에만 그치지 않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로 선순환하는상생형 모델로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광두레사업으로 육성된 마을여행사를 비롯해 지역 기반 민간주체의 참여보장과 지속가능한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사업모델이 제시되어야 한다. 물론 초기에는 정부의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민간이 자립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게 관건일 것이다.

셋째, 자연훼손을 수반하는 소비지향적 관광에서 벗어나 생태친화적인 숲 여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담보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제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업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산림관광 인증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 세계관광기구(UNWTO)를 포함한 국제 사회에서 이러한 제도를 이미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림청장으로서 모든 국민이 아름다운 숲을 누비며 삶의 활력을 재충전할 수 있길 소망한다. 이것이 바로 숲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산림청의 또 다른 존재 이유가 아닐까.

김재현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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