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즈 칼럼] 한국 농업에도 ICT, 기업 협업 접목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우리나라 농업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비중이 줄어들었다. 2017년 현재 농가는 104만호로 총 가구 대비 5.3%, 농가인구는 242만 명으로 4.7%이며, 부가가치는 약 3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가구의 60% 초반에 그친다. 즉 제조업과 농어업, 도시와 농어촌 간 양극화는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이상으로 심각한 것이다.

제조업 강국이자 최첨단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는 첨단 제조업 및 금융업과 더불어 농업 분야의 선진국이다. 농업과 2·3차 산업의 균형발전으로 2017년 기준 1인당 GDP가 5만3000달러에 이를 뿐만 아니라 전체 GDP의 무려 10%를 농식품 분야가 차지하고 있다. 농업 수출량도 놀랍다. 2017년 농업 수출은 1008억 유로에 달해 네덜란드 전체 수출의 21.5%를 차지하는데, 300배나 더 넓은 미국이 1300억 달러를 수출한 것과 비교해 보면 네덜란드의 농업 경쟁력을 실감할 수 있다.

네덜란드 농업의 경쟁력은 고소득 작물을 생산하는 스마트 팜과, 이를 가능케 하는 민간기업의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기술, 에너지 자립기술 등의 융합을 통해 이루어졌다. 우리 농업도 네덜란드처럼 민간기업과의 협업, 첨단기술의 접목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은 자명하다. 아직 우리 농업과 민간기업의 협업은 미흡한 수준이다. 기업의 농촌에 대한 가치 재발견이 필요하다.

더불어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은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 문화다. 익히 알려져 있듯 네덜란드 국토의 4분의 1은 국민이 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만든 간척지다. 국토 간척의 경험은 사회구성원들이 합의를 끌어내는 상생의 공동체 의식으로 이어졌고 네덜란드 특유의 문화가 되었다. 우리 농어업·농어촌의 양극화 역시 결국은 사회구성원들의 합의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그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조성하고 있는 농어촌 상생 협력기금은 2015년 여·야·정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어촌의 피해 보전을 목적으로 신설을 결정,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다. 모인 기금은 농어업과 민간의 협력사업 지원, 농어촌 의료·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는 산업으로써의 농어업과 공간으로써의 농어촌이 우리가 살아왔던 우리 민족 DNA의 원형질이라는 것을 잊곤 한다. 그러나 그 중요성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고 무겁다. 식량안보, 환경과 기후의 유지, 지역 전통문화의 계승 등 농어업과 농어촌 그 자체가 우리 인류의 근간이고 자산이다. 우리 농어업·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기업의 동참이 절실하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