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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자율주행택시, 애리조나서 첫 상용화 … 5㎞에 8500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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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크라이슬러 미니밴을 개조한 웨이모 자율주행차는 차체 바깥쪽에 카메라와 센서, 레이더 장치를 장착했다. [피닉스 로이터=연합뉴스]

크라이슬러 미니밴을 개조한 웨이모 자율주행차는 차체 바깥쪽에 카메라와 센서, 레이더 장치를 장착했다. [피닉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첫 무인택시 상용 서비스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시작됐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웨이모가 5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상용 자율주행차 운행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AP통신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피닉스시 주변 160㎞ 반경 #400명 제한된 고객에게 서비스 #앱으로 목적지 입력 후 호출 #“속도 느리고 출발 때 덜컹거려” #사고 대비 당분간 엔지니어 탑승

무인택시 서비스 브랜드는 ‘웨이모 원’. 우선은 피닉스시 주변 160㎞ 반경에서 약 400명의 제한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 지난해 4월부터 진행한 시범 서비스 기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고객이다. 승객이 스마트폰 앱을 켜서 목적지를 입력하고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하면 웨이모가 승객이 서 있는 지점으로 정확하게 이동해 승객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주행한다.

언론에 공개된 운행 영상에서 웨이모 자율차는 핸들이나 기기의 작동 없이 도로별로 제한속도를 맞추며 스스로 운전했다. 웨이모 원에 탑승한 로이터 취재진에 따르면 이동 속도가 다소 느리고 출발할 때 덜컹거리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모니터링 요원이다. 평소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고 사고가 발생하면 초기 수습을 한다. [피닉스 로이터=연합뉴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모니터링 요원이다. 평소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고 사고가 발생하면 초기 수습을 한다. [피닉스 로이터=연합뉴스]

차량은 크라이슬러 미니밴 ‘퍼시피카’를 개조한 모델이다. 차량 앞부분과 양옆에 차선과 주변 교통상황을 체크하는 카메라와 센서, 레이더 장치가 부착돼 있다. 차량 위에는 GPS 수신장치를 포함한 데이터 처리장치가 장착됐다. 정확한 차량 대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수백 대가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 거리를 15분 동안 이동하는 데 부과하는 운임은 7.59달러 (약 8500원)다.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리프트의 7.22달러와 비슷하다.

웨이모는 2009년부터 캘리포니아·애리조나·워싱턴·미시간·조지아주 25개 도시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실제 도로 주행거리 1000만 마일(약 1600만㎞)을 돌파하며 기술력을 쌓아 왔다. 투입한 개발비만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로 주행거리가 많은 우버는 300만 마일을 넘어선 정도다.

웨이모 원 고객인 사만다 잭슨은 “사람이 직접 운전하면서 발생하는 사고의 94%가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것인 만큼 그에 비하면 1000만 마일을 주행한 웨이모 차량의 안전성은 이미 입증됐다고 본다”면서 “딸 통학용으로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웨이모는 10년간 공들여 온 자율주행차 기술을 총집대성해 경쟁사인 우버와 제너럴모터스(GM)가 보란 듯이 피닉스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피닉스는 지난 3월 미국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자율주행차 시험주행 중 보행자 사망사고를 냈던 곳이다.

뒷좌석에는 승객과 소통이 가능한 모니터가 있다. [피닉스 로이터=연합뉴스]

뒷좌석에는 승객과 소통이 가능한 모니터가 있다. [피닉스 로이터=연합뉴스]

무인택시지만 당분간은 운전석에 사람이 탑승한 채 운행할 방침이다.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초기에 수습하고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인력이다. 예비 인력도 타지 않는 진정한 ‘무인’택시 운행을 언제부터 할지에 대해 웨이모는 함구했다. 자율주행 차량 시장은 2030년 23억 달러(약 2조5700억원)로 전망된다. 월가에서는 웨이모 원 서비스가 안착할 경우 웨이모 기업가치는 500억 달러에서 최대 1750억 달러로 뛸 것으로 전망했다.

상용화 단계에 돌입한 미국과 대조적으로 한국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가 요원하다. 자율주행 기술 관련 법규가 법적으로 가능한 행위만 콕 찍어 규정한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라서다. 한국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운행하려면 지정된 도로에서 미리 등록해 둔 운전자가 탑승했을 때만 가능하다. 미국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행위만 지정해 규율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다.

규제로 인해 자율주행 기술력도 선진국보다 뒤처졌다. 회계·컨설팅기업 KPMG가 각국 자율주행차량 기술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20개국 중 10위였다. 기업이 자율주행 기술력을 개발해도 규제에 막히고 인프라가 부족해 실증할 수 없다. 충분한 실증 데이터를 쌓지 못해 자율주행 기술을 응용한 서비스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미국은 자율주행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규제가 기술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했다”며 “한국도 신산업 분야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문희철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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