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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대·고영한 구속영장심사···취재진엔 '묵묵부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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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왼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전직 대법관으로서 구속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떠십니까?"
"사법농단 사태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6일 오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연루돼 구속영장심사를 받으러 서울중앙지법에 온 박병대(61·사법연수원 12기)·고영한(63·11기) 두 전 대법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박 전 대법관은 319호 법정에서 임민성 영장전담부장판사에게, 고 전 대법관은 321호 법정에서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에게 심문을 받는다. 두 법정으로 향하는 출입구 앞에는 30분 전부터 수십명의 취재진이 몰려 있었다.

오전 10시 15분쯤 박 전 대법관이 먼저 도착했다. 청색 넥타이를 매고 재킷 위에 코트를 입은 정장 차림이었다. 박 전 대법관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닫은 채 주차장 쪽에서부터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출입구 앞에서 기자들이 질문했지만 눈길을 주지 않고 오던 속도대로 곧바로 계단으로 올라갔다.

고 전 대법관은 3분여 뒤에 나타났다. 별다른 표정 없이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걸었다. 마찬가지로 출입구 앞에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가까이 왔는데, 고 전 대법관은 기자들을 피해서 가다 보니 잠시 길을 잘못 갔다가 돌아왔다.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데 옆쪽으로 돌아간 것이다. 등 뒤로 "사법부 신뢰 회복 바란다 하셨는데, 책임 통감하시느냐"는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대로 올라갔다.

전직 대법관에게 영장이 청구돼 구속영장심사를 받게 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이에는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두 전 대법관의 역할이 컸다고 보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박 전 대법관은 2014년부터 2년 동안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그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사건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검찰은 그가 '부산 스폰서 판사' 사건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넣고,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벌어지자 수사 기록을 빼내고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냈다고 본다.

이외에도 두 전 대법관은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로 통칭되는,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의 문건을 만들고 관리·실행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검찰이 청구한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58쪽, 고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은 108쪽에 달한다.

두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 여부는 6일 밤 혹은 7일 새벽쯤 결정된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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