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에이터 자크 킹(28, Zach King)이 만든 영상은 마치 마법 같다. 영상 속에서 그가 TV에 손을 뻗으면 TV 속 음식이 실제 손에 잡히고, 면도기 이미지를 띄워놓은 휴대폰을 얼굴에 갖다 대면 신기하게도 정말 면도가 된다.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스타워즈 비행선을 타고 그의 사무실을 날아다니며 광선검으로 대결하는 영상(‘Jedi Kittens Strike Back’)도 유명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초청으로 강연차 서울에 온 그를 4일 만났다.
미국 유튜버 자크 킹의 마법영상 #첨단기술 활용 2억 조회수 올려 #“스필버그 영화 보며 꿈 키웠어요”
- 영상 속 ‘마법’이 어색하지 않다.
-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쯤 됐다. 전에는 혼자서 만들었는데 요즘은 영상이 점점 복잡해지고 섬세해지면서 팀과 함께 제작한다. 어떤 영상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팀원들이 바뀐다. 아이디어 기획, 프리프로덕션 등을 거쳐 한 영상을 만드는 데 짧게는 5일, 길게는 3~4주도 걸린다.”
-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
- "다양하다. 돌아다니고 여행하며 다른 시각에서 사물을 접하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를 들어 파리 박물관에서 그림들을 보고 ‘실제 인물화 속 인물들이 서로 사랑에 빠지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에서 인물이 튀어나와, 정물화에 그려진 꽃병 속에서 꽃을 꺼내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속 소녀에게 꽃을 전해주는 영상을 만들었다. 당시 함께 영상을 찍었던 사람이 지금 와이프가 됐다(웃음).”
그의 영상은 아무리 짧더라도 ‘기승전결’이 있다. 그저 ‘마술’ 같은 효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 속에 효과를 녹여낸다. 자크 킹이 곤란한 상황에 빠지고 이를 마법을 통해 극복하거나, 친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 식이다.
- 중요한 게 이야기인가 효과인가.
- "당연히 이야기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 독자들에게 이 영상이 얼마나 관련성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트릭도 물론 중요하다. 그 자체로 ‘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반응이 좋은 영상은 스토리가 좋고 트릭이 적은 것들이었다.”
- 유튜브 채널에서 구독자 300만명, 총 조회수 2억 건에 가깝다.
-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수치라서 영상을 올릴 때마다 체크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이다. 특히 인스타그램(팔로워 2100만)에 영상을 올리면 첫 1시간 동안 댓글을 단 참여자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높은 수치보다 참여도 높은 소규모 팔로워와의 대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치로 보이지만, 이들은 나를 바라보는 수백만 수천만 개의 눈들이다. 이 사람들을 위해 영상을 만든다. 단지 숫자가 아니라, 이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떤 영감을 주고 싶은지 집중한다.”
- 자크 킹 영상의 매력은 뭔가.
- "국적이나 문화에 상관없이 모두가 영상 속에서 마법 같은 상황이 벌어질 때 눈이 동그래진다(웃음). 영어를 몰라도 언어와 전혀 상관없이 똑같은 리액션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마법을 통해 극복하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꿈꾸기 때문이다. 100년 전 찰리 채플린의 무성 영화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그것과 내 영상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영상에 관심이 많은 이에게 조언한다면.
- "50년 후에도 보고 싶은 영상을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콘텐트는 영속적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크 킹은 영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예고편, 저스티 비버 ‘Sorry’ 뮤직비디오, 나이키·코카콜라·LG 등의 광고 제작에도 참여했다. 현재는 애플 스토어와 함께 영상 작업 중이다. 그는 "어릴 적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를 보며 꿈을 키워 영화를 만들게 될 줄 알았다”며 "그런데 지난 10년간 큰 스크린에서 작은 스크린으로 흐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작은 스크린 속에서 영상의 힘은 더 강력하고 다채로워졌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