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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박해민 … 수비코치도 인정한 ‘수비 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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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는 뛰어난 공격력과 탄탄한 수비력을 겸비한 대표적인 포수로 꼽힌다. 10개 팀 수비 코치 설문 조사 결과 8표를 받아 KBO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포수’로 선정됐다. [중앙포토]

두산의 안방마님 양의지는 뛰어난 공격력과 탄탄한 수비력을 겸비한 대표적인 포수로 꼽힌다. 10개 팀 수비 코치 설문 조사 결과 8표를 받아 KBO리그에서 ‘가장 수비를 잘하는 포수’로 선정됐다. [중앙포토]

프로야구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4강)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금메달)을 치르며 전성기를 달렸다. 그 성과는 이승엽·최희섭의 홈런과 박찬호·류현진·김광현의 호투만으로 이룬 게 아니었다. 내야에서 박진만·김종국이 그물망 같은 수비를 했고, 외야에서는 이종범·이진영이 몸을 날렸다.

수비력으로 뽑은 포지션별 최고는 #골든글러브는 수비보다 공격 중시 #한, 미·일 비해 수비지표 과소평가 #“수비력 좋아져야 리그 품질 향상”

이젠 국가대표를 선발하거나 올스타 팬 투표를 해도 그렇게 ‘탄탄한’ 대표팀을 꾸릴 수 없다. 10일 발표되는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대표팀을 꾸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1982, 83년 골든 글러브(Golden glove)는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들 몫이었다. 그런데 84년부터는 최고 선수(공격력 기준)가 차지했다. 수비력을 평가하는 메이저리그의 골드 글러브(Gold Glove)와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

수비의 중요성이 점차 잊히는 시절, 메이저리그 골드 글러브를 KBO리그에 적용한다면 주인공은 누가 될까. KBO리그 10개 구단 수비코치들에 “소속팀을 뺀 9개 팀 주전급 선수 중 최고 수비수(투수 제외)를 뽑아 달라”고 요청했다.

포수 중에서는 자유계약선수(FA)인 양의지(31)가 8표를 받았다. 박정환 KT 코치는 “공격력을 고려하지 않아도 양의지는 최고 포수다. 블로킹, 도루 저지 등 세부 능력을 따져도 흠잡을 데가 없다”고 말했다.

수비로 뽑은 ‘골드’ 글러브

수비로 뽑은 ‘골드’ 글러브

1루수 경쟁은 가장 치열했다. 최다 득표는 4표의 박병호(32·넥센)였다. 채종국 한화 코치는 “박병호는 수비수로서 순발력이 뛰어나다. 다른 1루수보다 민첩성도 좋다. 경험이 많은 만큼 경기를 파악하는 시야가 넓다”고 평가했다. 홍원기 넥센 코치는 “오재일(32·두산)은 포구가 좋고, 번트와 강습타구 처리까지 능하다. 다른 1루수와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재일은 3표를 받았다.

최고 2루수는 5표를 받은 오재원(33·두산)이다. 손지환 SK 코치는 “오재원이 쉬운 타구를 가끔 놓치지만 어려운 타구를 더 많이 잡아낸다. 예측 수비가 뛰어나고 상황 대처가 좋다. 피봇 플레이(유격수나 3루수의 송구를 받아 2루를 찍고 1루로 송구)도 2루수 중 최고”라고 설명했다.

두산 3루수 허경민. 양광삼 기자

두산 3루수 허경민. 양광삼 기자

3루수 중에선 허경민(28·두산)이 7표를 받았다. 한규식 NC 코치는 “기본기가 탄탄한 수비수다. 주전으로 몇 년 뛰면 수비를 편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허경민은 항상 집중한다. 어려운 타구도 악착같이 잡아낸다”고 분석했다. 김민호 KIA 코치는 “수비 폭은 허경민이 넓을 수 있지만, 앞뒤로 움직이는 건 최정이 낫다”고 말했다.

유격수 중에선 김재호(33·두산)가 5표를 받았다. 김태룡 롯데 코치는 “유격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안정감인데, 김재호가 가장 편안한 수비를 한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최고 유격수였던 박진만 삼성 코치는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김하성(넥센)의 수비력이 가장 낫다. 다만 화려한 플레이가 눈에 띄지만, 기본기에 더 충실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외야수 중 득표 순위는 삼성 박해민(28·8표), SK 김강민(36·5표), NC 나성범(29·5표) 순이다. 박해민은 송구 능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지만, 수비 범위가 넓어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짐승 수비’로 유명한 김강민은 최고 수비수 중 최고령이다. 조성환 두산 코치는 “30대 중반 나이에도 김강민은 여전히 동물적인 움직임을 자랑한다”고 평가했다. 투수 출신 나성범은 강한 어깨 덕분에 표를 받았다. 유지현 LG 코치는 “나성범의 송구 능력은 최고다. 나성범에게 타구가 가면 주자와 주루코치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 박해민

삼성 박해민

수비코치들은 “수비에 관심을 가져줘서 정말 고맙다. 사실은 수비가 최고의 팀플레이인데, 많은 사람이 그걸 간과하고 있다”며 설문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KBO리그의 수상 제도가 지나치게 공격력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데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야수들은 타격 성적이 좋아야 상을 탈 수도, 연봉을 올릴 수도 있다. FA도 타격 기록이 몸값의 기준이 된다. 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과 타격 등 ‘돈 되는’ 훈련에 전념하는 이유다. 미국·일본에 비해 KBO리그는 여전히 수비 지표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중·고교생들도 수비 훈련을 별로 하지 않는다.” “수비를 잘한다는 선수들도 프로에서 주전이 되면 게을러진다.” “FA 계약서 보너스 항목에 타율·홈런 등만 넣지 말고 수비 이닝을 포함하면 어떨까.” “수비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KBO리그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 수비코치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김식·김효경 기자 seek@joongang.co.kr

포지션

선수

득표

포수

양의지(두산)

8

강민호(삼성)

1

김민식(KIA)

1

1루수

박병호(넥센)

4

오재일(두산)

3

채태인(롯데)

2

로맥(SK)

1

2루수

오재원(두산)

5

김혜성(넥센)

2

박경수(KT)

2

안치홍(KIA)

1

3루수

허경민(두산)

7

최정(SK)

2

황재균(KT)

1

유격수

김재호(두산)

5

김하성(넥센)

3

김선빈(KIA)

1

하주석(한화)

1

외야수

박해민(삼성)

8

김강민(SK)

5

나성범(NC)

5

임병욱(넥센)

2

김현수(LG)

2

박건우(두산)

2

민병헌(롯데)

2

손아섭(롯데)

1

노수광(SK)

1

호잉(한화)

1

이정후(넥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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