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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퇴사한 직원 재취업까지 방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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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달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는 양진호 회장.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는 양진호 회장. [연합뉴스]

견디다 못해 퇴사했다. 그러곤 다른 회사에 재취업했다. 한데 전 직장에서 음해했다. 어디든 취업하지 못하게 방해한 것이다. 한때 직원이었던 사람이 잘되는 꼴을 못 보겠다는 투다. 직원 폭행 혐의로 구속된 양진호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고용부, 노동법 위반 46건 확인 #야간·휴일 수당 4억 넘게 떼먹고 #회식때 생마늘·겨자 강제로 먹여

고용부는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양 회장의 계열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결과를 발표했다. 한국인터넷기술원, 한국미래기술, 이지원인터넷서비스, 선한아이디, 블루브릭등 5개 회사다. 특별근로감독은 지난달 5일부터 30일까지 4주 동안 실시됐다. 당초 2주 동안 조사를 하려 했으나 불법행위가 계속 드러나 4주로 연장했다. 폭행과 취업방해, 임금체불 등 무려 46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개별 연봉 협상을 하다 임금 인상을 언급한 근로자에게 콜라가 든 유리컵을 집어 던졌다. 정당한 요구에 폭행으로 대답한 것이다. 결국 그는 퇴사했다.

이들 회사에선 퇴사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퇴사한 직원이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에 재취업하자 해당 회사에 해당 직원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을 늘어놓는 등 취업까지 방해했다. 결국 회사를 옮긴 직원은 새 직장에서도 나갔다. 모두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매우 죄질이 나쁜 행위”라고 말했다.

임금을 올리긴커녕 떼먹었다. 휴일도 없이 밤늦게까지 일해도 수당을 주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을 주지 않고 떼먹은 돈이 4억 7000여만 원에 달했다. 그러면서 근로계약서조차 체결하지 않았다. 맘대로 직원을 부린 셈이다. 성희롱도 있었다. “신체접촉도 있었다”는 게 고용부 조사 결과다. 회사를 찾은 외부인이 여직원을 성희롱해도 양 회장은 내버려 뒀다. 법에 따라 반드시 하게 돼 있는 안전보건교육은 없었다. 이 회사에서 법은 무용지물로 전락한 꼴이다.

회사 안에서만 갑질이 자행된 게 아니다. 회식하면 제왕적 폭군 문화가 더 심하게 노출됐다. 술을 못 마시는 직원도 마셔야 했다. 담배를 못 피우는 직원에게 흡연을 강요하기도 했다. 생마늘이나 겨자를 강제로 먹이고, 머리 염색을 강요했다. 그곳에서 직원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개 놀이문화의 도구에 불과한 취급을 받은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직원들이 진술을 꺼리는 등 직장 문화가 매우 고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구치소에 수감 중인 양 회장도 조사했으나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드러난 범죄혐의를 검찰로 송치할 방침이다. 또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 직장 내 성희롱 금지 위반, 안전교육 미실시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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