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61일 만의 달콤한 승리, 현대건설 개막 11연패 탈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수원 KGC인삼공사전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5일 수원 KGC인삼공사전에서 작전을 지시하는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 현대건설이 261일 만에 달콤한 승리를 맛봤다. 지긋지긋한 11연패에서도 탈출하면서 개막 최다 연패 신기록의 불명예도 피했다.

현대건설은 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19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1, 25-17, 25-18)로 이겼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올 시즌 개막 후 12경기 만에 첫 승을 따냈다. 1승11패(승점 4). 지난 시즌인 2월 15일 GS칼텍스전 이후 이어진 정규시즌 17연패에서도 벗어났다. 현대건설이 V리그에 승리한 건 2017-18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IBK기업은행과 경기 이후 무려 261일 만(컵대회 제외)이다. 인삼공사는 5승6패(승점16)가 되면서 5위를 유지했다. 양효진과 마야가 각각 19점, 황연주가 11점을 올렸다.

현대건설 외국인 선수 마야. [사진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 외국인 선수 마야. [사진 한국배구연맹]

현대건설은 1,2라운드 전패에 이어 3라운드 첫 경기인 2일도로공사와 경기에서도 0-3으로 졌다. 2007-08시즌 자신들이 세운 개막 최다 연패와 타이 기록. 인삼공사전마저 진다면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훈련량을 늘렸다. 주전세터 이다영과 레프트 황연주는 그대로 기용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건설에게는 호재가 있었다. KGC인삼공사 주포 알레나가 발목 인대 부상으로 빠진 것.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나현수를 라이트로 선발 투입하려고 준비했으나 일단 한송이를 먼저 내보내기로 했다. 최은지는 최근 리시브가 나쁘지 않아 그대로 레프트로 나간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1세트 14-8까지 여유있게 앞서갔다. 알레나가 빠진 인삼공사는 높이 싸움에서 현대건설을 당해내지 못했다. 마야를 앞세운 공격이 터지고, 황연주가 상대 공격을 연이어 받아냈다. 그러나 세트 후반부터 집중력이 떨어졌다. 세터 이다영이 흔들렸고, 마야와 정시영의 공격도 실패했다. 황연주는 20-18에서 최은지의 공격을 단독 블로킹으로 잡아낸 데 이어 22-21에선 길게 넘어가는 공을 건드려 득점으로 연결했다. 23-21에선 다시 한 번 최은지의 공격을 막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현대건설은 1세트 승리로 19세트 연속 패배 기록을 끊어냈다.

5일 수원 KGC인삼공사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세터 이다영(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양효진(왼쪽). [사진 한국배구연맹]

5일 수원 KGC인삼공사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세터 이다영(오른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양효진(왼쪽). [사진 한국배구연맹]

1세트 승리는 현대건설 상승세의 기폭제가 됐다. 인삼공사의 공격은 현대 블로커들을 거친 뒤에야 넘어가거나 다시 돌아오기 일쑤였다. 이다영의 토스가 1세트보다 안정되면서 양효진의 오픈 공격도 연달아 성공했다. 알레나가 빠진 인삼공사는 이렇다할 반격 한 번 펼쳐보지 못했다. 서남원 감독은 세터를 하효림으로 교체하고, 나현수를 투입하면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양효진은 2세트에만 서브득점도 2개나 올려 승리를 이끌었다.

3세트 5-9로 뒤졌던 현대건설은 양효진의 속공과 다이렉트킬로 추격전을 벌였다. 10-12에서 황연주의 공격으로 따라붙은 현대건설은 양효진의 오픈과 상대 범실 2개를 묶어 단숨에 14-12로 뒤집었다. 이어 황민경과 이다영의 연속 블로킹으로 넉 점 차까지 달아난 현대건설은 마지막까지 인삼공사의 추격을 따돌려 귀중한 시즌 첫 승을 일궈냈다.

셔남원 감독은 "상대가 연패 탈출을 위해 단단히 준비했는데, 우리가 범실을 많이 해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주면서 세트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당황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풀었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신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할지 기존 멤버를 더 믿을지 고민이다. 다음 경기부터는 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세터 기용에 대해선 "오늘은 이재은의 토스가 조금 흔들렸다. 믿음을 주고 싶지만 하효림과 이소라 기용도 생각하고 있다. 이소라는 무릎 부상이 있어 상태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도희 감독은 "11연패를 끊긴 했지만 알레나가 빠진 팀을 이겼기 때문에 선수들이 크게 기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마운 건 훈련할 때 집중했다. 그동안 연습과 경기 내용이 많이 달랐는데 오늘은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1세트에서 역시 베테랑인 양효진, 황연주가 잘 해줬다. 그러면서 2,3세트도 따낼 수 있었다. 3세트 역전승은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듯 하다. 내가 먼저 힘이 빠지면 안 될 것 같아 작전시간에 목소리를 높였다"고 했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9일간 경기가 없다. 이도희 감독은 "그동안 연패가 길어서 선수들이 거의 쉬지 못했다. 마야도 한국에 오자마자 계속 2주동안 훈련을 하면서 네 경기나 치렀다. 10일 뒤에 경기가 있기 때문에 조금 쉰 뒤 흥국생명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5일 GS칼텍스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는 IBK기업은행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5일 GS칼텍스전에서 득점을 올린 뒤 기뻐하는 IBK기업은행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선 IBK기업은행이 GS칼텍스에 3-0(25-21, 25-17, 25-15)으로 이겼다. IBK기업은행 어나이는 양팀 통틀어 최다인 24점(공격성공률 44.44%)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IBK기업은행(7승4패·승점 21)은 흥국생명과 승리, 승점까지 같아졌으나 세트득실률에서 앞서 2위로 뛰어올랐다. 1위 GS칼텍스(8승 4패, 승점 23)는 2연패에 빠졌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