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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3500만원에 주 44시간 근무 유력 … 차종은 소형SU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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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광주형 일자리 잠정 타결] 실험

전남 함평군 월야면 외치리에 빛그린산업단지 위치도가 세워져 있다. 광주광역시는 현대차 투자를 받아내는 데 성공하면 이 부지(62만8000㎡)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적용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 뉴시스]

전남 함평군 월야면 외치리에 빛그린산업단지 위치도가 세워져 있다. 광주광역시는 현대차 투자를 받아내는 데 성공하면 이 부지(62만8000㎡)에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적용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 [ 뉴시스]

현대차그룹과 광주광역시가 4일 오전 광주형 일자리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두 당사자 모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5일 예정된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결의가 남아 있어서다. 공동 결의안이 채택되고 현대차가 이를 받아들이면 근 20년 만에 한국에 완성차 공장이 신설된다.

20년 만에 국내 자동차 공장 신설 #수년 간 임단협 유예도 합의 예상 #생산 예정 물량에 비해 시장 작아 #“지속가능한 수익성 모델 찾아야”

다만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협상과 관련해 “광주시가 지난달 27일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상 권한을 전적으로 위임받은 이후 재차 내놓은 제안서가 지난 6월 현대차에 처음 제시했던 협약서 초안과 꽤나 근접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광주형 일자리는 주당 44시간 근무하고 연간 3500만원 안팎의 임금을 수령하는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 애초 광주시가 이와 같은 근무방식을 제시하면서 투자를 요구했을 때 현대차는 이 정도 근무여건이면 물량을 맡겨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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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이르면 6일 양측이 조인식을 체결할 때까지 합의 내용은 다소 달라질 수 있다”며 “4일 현재 현대차와 잠정 합의한 근로시간·근무형태는 6월 제시했던 초안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상에서 가장 큰 관건 중 하나는 임금 및 단체협상이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복지 인상 수준을 두고 거의 매년 반복해 갈등하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도 현대차 노조는 상급 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최한 총파업에 참가하면서 7년 연속 파업하는 기록을 세웠다.

‘광주형 일자리’ 어떻게 추진돼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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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광주형 일자리의 성패를 좌우하는 노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광주시는 애초 현대차에 5년간 임금·단체협상을 유예하고 대신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한 임금 인상 방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광주시 투자유치추진단이 매년 임금·단체협상을 해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무산 위기까지 갔다. 이와 같은 협상 과정을 감안하면 잠정 합의안에는 최소 수년 동안 임금·단체협상을 실질적으로 유예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감자였던 ‘노사 책임경영’과 ‘하청업체 납품단가 보장’에 대해 양측은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를 도입하는 신설 법인의 이사회에 노동조합이 추천한 이사 1명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생산 차종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현대차 관계자와 이병훈 광주시 부시장은 모두 “광주형 일자리를 도입하는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경형 SUV(코드명 QX)”라고 확인했다. 코드명 QX는 현대차 유럽 전략형 해치백(i20)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차종이다.

다만 애초 알려진 대로 양측이 투자하는 신설 법인이 연간 10만 대의 소형 SUV를 생산한다면 시장에서 이를 모두 소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현대차 울산 제3공장도 연간 10만 대의 경형 SUV를 생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설 법인이 완공되는 2021년까지 시장 수요가 최소 20만 대를 넘어서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형 SUV 시장 규모는 약 14만 대였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이 공장에 전기차 물량을 배정하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수익성이 부족하면 공장이 계속 돌아가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 5월 한국GM 군산공장을 폐쇄한 것도 결국 투자 비용 대비 수익률이 낮아서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합리적인 노사 관계와 연봉 구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공장은 언젠가 문을 닫는 수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문희철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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