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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이자도 3%인데 … 펀드의 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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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오르는 은행 예·적금 이자율을 보면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펀드에 ‘올인’한 투자자다. 증시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대부분의 펀드가 시중은행 예·적금 이자율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국내 주식형 펀드 678개 중 #9개만 은행금리 웃도는 수익 #펀드에 자금 끌어들일 호재 없어 #향후 실적 전망도 밝지 않아

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운용 기간 1년이 넘는 678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최근 12개월 수익률(지난달 30일 기준)이 예·적금 연 이자율을 웃도는 펀드는 단 9개(1.3%)에 불과하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시중은행 예금과 적금(저축성 수신 상품)에 가입해 1년간 유지했다면 평균 1.79%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것도 평균치라 실제 어지간한 은행의 예·적금 이자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주식형 펀드의 98.7%(669개)가 여기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이 중 절대다수인 667개 펀드는 0.96%에서 35.76%에 이르는 손실(최근 1년 수익률 기준)을 투자자에게 안겼다. 지난해 말 2500선을 오가던 코스피 지수가 1년 만에 2100대로 고꾸라지면서다.

예·적금 이자를 상회하는 수익을 낸 펀드는 주가지수가 내려야 수익이 나는 일부 인버스 펀드 정도다.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자의 처지도 비슷하다. 562개 중 488개(86.8%)는 최근 1년 수익률이 예·적금 이자를 밑돌았다.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해외 주식형 펀드(74개, 13.2%)는 10개 중 1개를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북미 펀드, 헬스케어 펀드 정도만 수익을 냈을 뿐이다.

주식형만의 문제가 아니다. 투자 자산 유형별로 나눠봤을 때 은행 이자율을 웃도는 수익률을 낸 펀드는 국내 채권형(최근 1년 2.51%), 국내 부동산형(1.89%), 해외 부동산형(6.16%)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문제는 앞으로도 은행 이자율을 추월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주식형 펀드, 특히 펀드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국내 기업의 실적이 둔화하고 있고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은 신흥국보다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당분간 국내 증시를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 역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17%가량 하락하면서 자금 유입이 주춤한 상황”이라며 “펀드 시장 전체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일 호재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참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 손실이 잇따르자 펀드에서 자금을 빼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 사이 전체 펀드 시장에서 10조6094억원이 빠져나갔다(순유출).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요즘처럼 증시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는 주식 이외에 채권·부동산 등 다양한 펀드에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에 넣어뒀다가 증시 바닥을 확인한 뒤 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겠다”며 “기존 보유 펀드 중 설정액이 급격히 줄어든 펀드는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비중을 축소하거나 갈아타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나 홀로 수익’을 낸 인버스 펀드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인버스 펀드는 수익만큼 손실도 커질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강남파이낸스센터 이사는 “개인 투자자가 한, 두 번은 맞출 수 있지만, 매번 지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투자하긴 쉽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조현숙·염지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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