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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한파 속 ‘내 펀드 어쩌나’...예ㆍ적금만도 못한 펀드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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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연 1~2%에 머물러 있던 은행 예금과 적금 이자율도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연 3%를 넘보고 있는 예ㆍ적금 금리를 보면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펀드에 ‘올인’한 투자자다. 국내ㆍ외 주식시장 할 것 없이 한파가 몰아치면서 시중은행 예ㆍ적금 이자보다 못한 실적을 낸 펀드가 수두룩하다.

한은 금리 인상 연 3% 향해가는 예적금 금리 #국내 주식 펀드 99% 저금에 못 미치는 수익 #해외 펀드도 13.2%만 예적금 웃도는 실적 #증시 흔들리면서 주식형 펀드 중심 손실

4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설정ㆍ운용 기간이 1년이 넘는 678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최근 1년 수익률(지난달 30일 기준)이 예ㆍ적금 연 이자율을 웃도는 펀드는 단 9개(1.3%)에 불과하다.

국내외 해외 증시가 흔들리면서 예금과 적금 이자보다 못한 펀드가 수두룩하다. [중앙포토]

국내외 해외 증시가 흔들리면서 예금과 적금 이자보다 못한 펀드가 수두룩하다. [중앙포토]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시중은행 예금과 적금(저축성 수신 상품)에 가입해 1년간 유지했다면 평균 1.79%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주식형 펀드 98.7%(669개)는 예ㆍ적금 연 이자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중 절대다수인 667개 펀드는 수익은커녕 0.96%에서 35.76%에 이르는 손실을 각각 투자자에게 안겼다. 지난해 말 2500선을 오가던 코스피 지수가 1년 만에 2100대로 고꾸라지면서다. 예ㆍ적금 이자를 상회하는 수익을 낸 펀드는 주가지수가 내려야 수익이 나는 일부 인버스 펀드 정도다.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자 처지도 비슷하다. 562개 가운데 488개(86.8%)가 최근 1년 수익률이 예ㆍ적금 이자를 밑돌았다. 예ㆍ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해외 주식형 펀드(74개, 13.2%)는 전체 펀드 5분의 1도 되지 않았다. 북미 펀드, 헬스케어 펀드 같은 일부 펀드만 수익을 냈다. 나머지 아시아ㆍ남미ㆍ유럽 등 펀드는 손실을 기록했다.

주식형이 아닌 펀드 사정도 다를 게 없다. 투자 자산 유형별로 나눠봤을 때 은행 저축을 웃도는 수익률을 낸 펀드는 국내 채권형(최근 1년 2.51%), 국내 부동산형(1.89%), 해외 부동산형(6.16%) 등 손에 꼽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주식형 펀드, 특히 펀드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미 금리 인상, 엇갈리는 무역 전쟁 전망 등 국내ㆍ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서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국내 기업의 실적이 둔화하고 있고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은 신흥국보다 빠르게 하향 조정돼 당분간 주식시장을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위원 역시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17%가량 하락하면서 자금 유입이 주춤한 상황이다. 당분간 펀드 시장 전체적으로 자금을 끌어들일 호재가 없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전일 대비 17.58포인트 하락한 2114.35로 장을 마감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국내 증시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연합뉴스]

코스피가 전일 대비 17.58포인트 하락한 2114.35로 장을 마감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국내 증시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연합뉴스]

실제 손실이 잇따르자 펀드에서 자금을 빼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최근 한 달 사이 전체 펀드 시장에서 9조5556억원이 빠져나갔다(설정액 기준 순유출).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진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에 넣어뒀다가 증시 바닥을 확인한 뒤 펀드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기존 보유한 펀드 중 설정액이 급격히 줄어든 펀드는 실적이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비중을 축소하거나 갈아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요즘처럼 증시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는 주식 이외에 채권ㆍ부동산 등 다양한 펀드에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나 홀로 수익을 내고 있는 인버스 펀드 투자자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인버스 펀드는 수익률 기대가 큰 만큼 손실도 커질 수 는 고위험ㆍ고수익 상품이다.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강남파이낸스센터 이사는 “개인 투자자가 한 두 번은 맞출 수 있지만 매번 지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투자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는데 지수가 하락하지 않고 오른다면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조현숙ㆍ염지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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