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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 떤 중국장군 망신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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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요즘 중화권 인터넷에선 영웅에서 '겁쟁이'로 추락한 장군이 화제다. 중국 국방대학 주청후(朱成虎) 방위학원장이 주인공이다. 인민해방군 소장인 그는 국방대학 교수이기도 하다.

주 장군은 지난해 7월 중국 정부가 마련한 외신기자단 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로 군사적 충돌이 생기면 중국은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 핵전쟁에서 중국 동부 지역이 폐허로 변하면 미국의 100~200개 도시도 (중국 핵 공격으로) 초토화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발언 이후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서 중국의 핵 선제공격 전략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서둘러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주 장군은 중국에선 영웅이 됐다. 네티즌들은 그를 역발산 기개세(力拔山 氣蓋世)의 초(楚)나라 항우(項羽)에 비유하며 영웅으로 받들었다.

그러나 홍콩에서 발행하는 시사월간지 '첸사오(前哨)' 6월호는 "주 장군의 담력은 사실 생쥐만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그는 국방대학 대표단 부단장으로 요르단 암만을 친선방문 중 머물던 호텔에서 알카에다 조직의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중국군 대표단 장교 세 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한참 뒤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은 몇 달 동안 비밀에 부쳐 오다 그와 동행한 단원들의 전언을 통해 밖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중국인은 "과장과 허풍에 익숙한 일부 중국인의 치부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혀를 찼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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