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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귀국 자녀, 영어 노출 늘리고 자기 논리 펼치도록 지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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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리터니' 영어 교육법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동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에서 외국 거주 후 돌아온 학생들이 ‘리터니 영어 교실’의 그룹활동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지난달 14일 서울 서초동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에서 외국 거주 후 돌아온 학생들이 ‘리터니 영어 교실’의 그룹활동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말 잘하던 아이가 영어를 잊어버리진 않을까.’ ‘처음 접하는 암기식 수업에 적응할 순 있을까.’ 외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다 국내로 돌아온 자녀를 둔 엄마, 일명 ‘리터니 맘(returnee mom)’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갑자기 바뀐 수업 환경이 아이에게 정신적 스트레스가 되진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교육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귀국한 초·중·고등학생의 수는 9000여 명에 이른다. 리터니 맘이 알아두면 유용한 자녀의 영어 교육법과 외국 학교와 유사한 수업 환경을 제공하는 어학원 등에 대해 알아봤다.

영어를 과목으로 여기지 않게 #의사소통 수단으로 인식하게 #주장·상상력 마음껏 드러내게

리터니 학생 대부분은 해외 생활을 하며 일상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영어가 ‘공부’ 과목이 아닌 의사소통의 수단이었다. 국내에 돌아와서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으려면 영어를 계속 소통의 수단으로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빠른 시간에 더욱 높이기 위해 어려운 단어를 억지로 외우게 하거나 영어 문장을 한국어로 정확하게 번역하게 하는 교육법은 좋지 않다. 아이가 영어를 공부 과목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거부감을 줄 수 있어서다.

영어로 말하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자주 보여주거나 원서로 된 책을 집 안 곳곳에 두는 등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중요한 점은 자녀가 콘텐트를 직접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아이가 평소 알고 싶거나 보고 싶어 하는 영상과 책을 보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일회성이 아니라 계속 보고 싶은 지속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언어적 과제 중심 학습이 아닌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한 인지 수단으로 영어를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 나아가 학습 이후에는 자신만의 주장과 상상력 등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원서 『빨간모자』를 읽었다면 그 후 ‘만약 내가 주인공이 되어 늑대를 만났다면 어땠을까’ ‘다시 나만의 이야기로 만들어 본다면 어떨까’ 같은 물음을 던진다. 아이는 영어 표현을 익히고 동시에 사고 능력까지 키울 수 있다.

어학원을 고민한다면 외국 학교와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을 찾아보자. 외국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수업을 구성해 아이들이 해외 학교에서 배우듯 영어를 익힐 수 있다.

국제기관에서 운영하는 어학원에서는 귀국한 학생을 위한 리터니 수업을 따로 진행하기도 한다. 실제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은 미취학 어린이, 초등학생, 중학생을 구분한 ‘리터니 영어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강남·을지로·잠실(성인)·목동·시청·서초(어린이) 등 6개 지역 센터가 있는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은 영국문화원 산하 어학기관으로 세계 50여 국가에서 80여 년 동안 영어 교육을 해온 곳이다.

영국 국정 교육과정 연계 수업
학생들은 영국의 초·중·고등학교와 동일한 영국 국정 교육과정과 연계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원어민 교사 역시 모두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인증하는 전문 영어 교사 자격증인 ‘CELTA’, 또는 런던 트리니티대의 ‘CertTESOL’을 보유한 학사 출신의 영어 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수업은 읽기·쓰기·말하기 같은 기술적인 영역 외에 학생이 스스로 참여해 지식을 습득하는 그룹활동과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된다. 수업 주제는 학생의 연령대에 맞춰 정해지고 각 주제는 2~3개월 동안 다양한 교구를 활용해 다뤄진다. 매달 학생 스스로 학습 결과물을 만들고 강사가 제공하는 평가 리포트를 통해 자신만의 학업 포트폴리오도 만들 수 있다.

진행한 수업 내용은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롭게 학습할 영역에도 이전 수업 내용이 지속적으로 연계된다. 다양한 주제를 연결 짓는 수업은 아이들의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비판적 사고 능력과 다각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된다.

주한영국문화원 어학원 다니는 리터니 학생들 

전영준(신중초5) ‘쥬만지’ 속 게임 만들죠

“독일에서 생활한 후 지난해에 귀국했어요. 영어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싶었는데 한국에 오니 학교에서 영어로 말하면 다들 신기하게 쳐다봐서 아쉬웠어요. 이 어학원에서는 자유롭게 눈치 안 보고 친구나 선생님들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어 좋아요. 또 놀면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어요. 요즘에는 영화 ‘쥬만지’를 친구와 함께 보고 영화 속에서 나온 게임을 만드는 수업을 해요. 우리만의 보드게임을 만들면서 평소 헷갈리던 표현과 새로운 단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어요. 다음 시간에는 영화와 관련해 에세이를 쓸 예정인데 미리 어떤 글을 쓸지 생각하고 있어요.”

강지원(논현초6) 『해리포터』 마법 얘기하죠

“6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왔어요. 처음에는 한국 교실의 딱딱한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됐어요. 미국 교실에서는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편히 수업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만큼 자유로웠어요. 수업 시간에 자신의 말을 이야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선생님이 말하고 학생은 듣기만 해서 재미가 없었어요. 어학원에서는 직접 나서서 말할 수 있는 토론 수업이 많아 좋아요. 최근에는 『해리포터』를 읽고, 거기에 나온 마법 과목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저는 물건을 바꿀 수 있는 마법을 알려주는 과목에 대해 말했어요.”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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