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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잡채·치즈불닭…없는 것 빼고 다 넣는 호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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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육볶음·꿀씨앗·바나나 등이 호빵 속을 채우면서 한 끼 식사나 술안주, 디저트로 호빵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진은 피자 호빵. [사진 SPC삼립]

제육볶음·꿀씨앗·바나나 등이 호빵 속을 채우면서 한 끼 식사나 술안주, 디저트로 호빵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진은 피자 호빵. [사진 SPC삼립]

치즈불닭·꿀씨앗·떡볶이·바나나·고추잡채·갈비·열탄불고기·파에야·피자. 식당 메뉴 같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호빵에 들어가는 소다. 한 끼 식사나 술 안주, 디저트로 인기인 요리들이 둥글고 흰 빵 안을 다양하게 채우고 있다. 비(非)단팥류 호빵, 즉 ‘요리 호빵’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전체 호빵 중 비단팥류 매출은 2015년 46.5%에서 2017년 67.2%로 증가하며 단팥 호빵 매출을 넘어섰다.
다채로운 소의 호빵은 전체 호빵의 매출 증가로도 이어진다. CU에 따르면 올해 10월부터 11월까지 두 달간 호빵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성장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스낵식품팀 최유림 MD는 “대표적인 겨울 간식인 호빵 매출은 매년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일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단팥 일색에서 벗어나 업체마다 다양한 종류의 차별화 된 제품을 선보이면서 지속적으로 고객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돼지갈비·연탄불고기·바나나 등 #2030·1인가구 달라진 입맛 겨냥 #한끼 식사, 술 안주로 인기 높아 #판매량도 단팥·야채호빵 넘어서 #전자레인지용 스팀팩 넣은 것도 #합리적 가격으로 홈디저트족 유혹 #요리 호빵 매출, 단팥 앞서기도

본래 호빵은 분식집에서 판매하던 찐빵(증기에 쪄서 익힌 빵)을 가정에서 먹을 수 있도록 제품화한 것이다. 삼립식품이 1971년 처음 출시한 것으로 ‘뜨거워서 호호 분다’는 뜻을 담아 호빵이라 이름 지었다. 이후 ‘찬바람이 싸늘하게~ 두 뺨을 스치면, 따스하던 삼립호빵~ 몹시도 그리웁구나’라는 광고 속 노래와 함께 대중적 인기를 끌며 겨울 간식으로 자라집았다.

한 끼 식사나 술안주로도 안성맞춤

CU가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와 협업으로 선보인 요리 호빵들. [사진 BGF]

CU가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와 협업으로 선보인 요리 호빵들. [사진 BGF]

요리 호빵은 주로 3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 인기다. 이들은 서구화된 입맛과 새로운 맛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 단팥이 아닌 호빵 소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단팥·채소 등의 전통 호빵보다 이색적인 소는 보는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에 SNS 인증 사진용으로 인기다. 무엇보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요소는 간편함이다. 몇 년 사이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한 끼 식사를 간편하게 즐기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가 호빵 종류도 바꿔놓은 것이다. 실제로 김밥·도시락 등 간편한 식사류가 인기인 편의점에선 식사 대용으로 호빵을 찾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신세계푸드는 직장인이 즐겨 먹는 3대 점심 메뉴인 불고기 백반, 제육볶음, 짜장을 호빵 속에 넣어 인기를 끌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편의점에 가면 손쉽게 살 수 있는 데다 안에 요리가 들어있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이처럼 식사 대용을 겨냥한 호빵들이 쏟아졌다. CU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함께 개발한 호빵을 선보였다. 고기 함량을 늘리고 파 향을 더한 ‘고추 잡채 찐빵’, 달콤 짭조름한 돼지갈비로 채운 ‘갈비 찐빵’ 등이다. 롯데제과는 ‘언양불고기 호빵’과 함께 오징어·피망·양배추 등을 오징어 먹물로 조리한 스페인 대표 요리 파에야를 넣은 ‘먹물빠에야 호빵’을 내놨다.
또한 편맥족(편의점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소를 넣은 호빵도 눈에 띈다. GS25는 불닭 볶음 열풍을 겨냥해 매콤한 불닭 볶음에 모차렐라 치즈로 소를 채운 ‘치즈불닭 호빵’을 출시했다.

합리적인 가격의 디저트로도 인기

커스터드 크림을 넣어 디저트로 안성맞춤인 골든에그호빵 [사진 SPC삼립]

커스터드 크림을 넣어 디저트로 안성맞춤인 골든에그호빵 [사진 SPC삼립]

요리를 넣은 식사 대용 호빵이 꾸준히 인기라면 올해는 디저트용 호빵이 눈에 띄게 늘었다. 먼저 달걀을 떠올리게 하는 호빵이 있다. SPC삼립이 올해 새롭게 출시한 ‘골든에그 호빵’은 흰 빵 속에 달걀노른자의 식감을 살린 달콤한 커스타드 크림을 넣었는데 올해 비단팥류 호빵 중에서 가장 인기다. GS25의 ‘감동란 호빵’도 빵 속에 커스터드 크림과 달걀을 넣은 모습이 반숙 달걀인 감동란과 모습이 닮았다. 길거리 인기 먹거리로 재탄생한 호빵도 있다. SPC삼립의 ‘씨앗호빵’은 빵 안에 달콤한 꿀과 견과류를 듬뿍 담아 만들었다.

올반 바나나찐빵. [사진 신세계푸드]

올반 바나나찐빵. [사진 신세계푸드]

일본의 명물 디저트인 도쿄바나나를 떠올리게 하는 호빵도 있다. 신세계푸드의 '올반 바나나찐빵'이다. 생바나나를 갈아 달콤한 앙금과 함께 소를 채운 후 바나나처럼 노란색 반죽으로 감싸 만들었다. 이들은 디저트를 즐겨 먹는 10~20대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 인기다. 임경록 신세계푸드 홍보팀장은 “매번 디저트를 먹기 위해 카페나 백화점을 찾아가기는 부담스럽고, 디저트의 달콤한 맛은 포기할 수 없어 집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디저트를 즐기는 홈디저트족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 출시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찜기 뚜껑 안쪽 면보로 감싸야 

최근 업체들은 호빵 제품을 봉지째 데워도 폭신하고 촉촉하게 즐길 수 있도록 특수제작한 스팀팩을 적용한 패키지로 편리함을 더했다. [사진 BGF]

최근 업체들은 호빵 제품을 봉지째 데워도 폭신하고 촉촉하게 즐길 수 있도록 특수제작한 스팀팩을 적용한 패키지로 편리함을 더했다. [사진 BGF]

호빵은 조리법이 간단하다. 찜기에 넣고 10분 정도 찌면 완성된다. 하지만 이때 물의 양을 신경 써야 호빵이 맛있어진다. 요리연구가 문인영씨는 “호빵을 찜기에서 찔 때 뚜껑에서 물이 떨어져 겉면이 축축해지지 않도록 뚜껑 안쪽을 면보로 감싸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호빵을 올린 바닥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물을 과하게 넣어서도 안 된다. 보온 중인 전기밥솥에 넣어 10분 정도 기다리면 편리하게 호빵을 데울 수 있다.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려면 30초에서 1분 30초 정도 가열하면 된다. 최근엔 전자레인지에서 편리하고 또 맛있게 호빵을 데울 수 있도록 전용 스팀팩을 적용해 판매하는 제품도 있다. SPC삼립은 한 개짜리 낱개 포장 판매 호빵에 한해 찜기에서 갓 찐 것처럼 폭신하고 촉촉하게 즐길 수 있도록 특수제작한 증기배출 포장기술인 호빵 스팀팩을 적용했다. 덕분에 포장지를 뜯지 않고도 전자레인지에 넣어 간편하게 데울 수 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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