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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합의문 1번...'펜타닐'에 트럼프가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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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이목을 끈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히 만족한 선물은 무역이 아니었다. ‘펜타닐’(fentanyl)이라는 약물을 규제하겠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약속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업무 만찬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업무 만찬을 가졌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뒤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이 이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펜타닐에 대한 합의를 ‘가장 중요한 것(Very importantly)’으로 지정하며, 가장 첫 번째 합의사항으로 올렸다.

시 주석과 정상회담 성명서 첫머리에 #마약성진통제 규제 합의를 올려 #퀄컴의 NXP 인수 약속도 또다른 선물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펜타닐’을 규제 약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이라고 지목하고 중국 당국의 협력을 요구해왔는데, 이번 합의로 중국에서 펜타닐 물질을 미국으로 판매하는 이들을 중국법에 따라 가장 엄한 수준으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같은 조치에 대해 시 주석의 “훌륭한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반겼다. 이어 중국 외교당국과 중국은 “펜타닐 타입 물질의 전체 카테고리에 있는 약품들을 규제 약품으로 정하기로 했으며, 관련 법과 규정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면서 양국은 “마취제 규제와 법시행에 있어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펜타닐 사용자가 주사기를 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펜타닐 사용자가 주사기를 들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오피오이드’ 남용은 미국 사회내 중대한 골칫거리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미국내 약물 과다 복용 사망자는 6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중독자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최근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오피오이드를 처방받기 위해 자신을 팔을 일부러 부러뜨릴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6일 ‘오피오이드’ 남용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까지 했다.

오피오이드는 펜타닐 이외에도 옥시코돈ㆍ하이드로코돈ㆍ하이드로몰폰ㆍ트라마돌ㆍ메타돈 등 다양한 상표명으로 유통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밀수되는 펜타닐 문제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강경한 대응책을 내겠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중국 정부는 펜타닐이 모두 중국산이라고 할 수 있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맞서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가진 양국 정상회담에서도 펜타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퀄컴 로고

퀄컴 로고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주석으로부터 퀄컴의 NXP 인수 승인 재검토라는 선물도 받아냈다. 시 주석이 중국 정부의 승인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던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네덜란드 NXP 인수를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시 주석이 이전에 승인되지 않은 퀄컴의 NXP 인수안이 다시 신청되면 이를 승인하는 데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퀄컴의 NXP 인수는 중국 경쟁 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의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시한을 넘기면서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다만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인수 무산 후 퀄컴과 NXP가 자사주를 매입하고, 퀄컴이 NXP에 20억 달러의 위약금을 이미 지급한 상태라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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