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아르헨서 '군부독재' 언급…"화합 위한 진상규명 중단 요구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군부독재’와 관련된 과거사를 언급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인 벽을 둘러보다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인 벽을 둘러보다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아르헨티나 첫 일정으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했다. 이곳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특히 1976~1983년)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희생된 3만여 명을 추모하기 위한 조성된 공원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짙은색 정장 차림으로 비가 내리는 공원에서 실종자 및 희생자의 이름이 적힌 벽을 따라 400m를 걸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호크바움국립역사기념공원장에게 “지금도 실종자들이 추가로 발견되면 벽에 이름을 추가하느냐”고 물었다. 공원장은 “실종자가 추가로 발견되면 이름을 추가한다. 군부독재 시절 비행기로 사람들을 강에 빠트린 적도 있다”고 답했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인 벽을 바라보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인 벽을 바라보고 있다.청와대 사진기자단

군부독재 시절 희생자들에 대한 대화는 계속됐다.

▶문 대통령=“지금도 가해자들이 추가로 밝혀지면 가해자들을 처벌하는가”

▶공원장=“지금도 가해자들을 색출하고 처벌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2400명의 가해자를 처벌했고, 1200명이 구속됐다”

▶문 대통령=“혹시 사회 화합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그만하자고 하는 요구들은 없나”

▶공원장=“아직도 시민사회는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는 인권유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고 있다.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아직 평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들과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들과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아르헨티나는 1955~1983년까지 8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그중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비델라 정권의 통치는 통칭 ‘더러운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잔혹했다. 당시 군부 세력은 정치ㆍ경제 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 아래 ‘국가재건’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반체제 성향의 인사들을 납치, 고문, 살해했다.

대화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과도 만났다. 이 단체는 군부독재 시기 실종자들의 어머니들이 세운 단체로 41년간 매주 목요일마다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1994년에는 민주화가족운동실천협의회(민가협) 등의 초청으로 일부가 방한한 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도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희생된 분들의 어머니 모임이 있다”며 “한국에서도 같은 시기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희생된 분들의 가족모임도 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회' 회원들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가족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회' 회원들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 희생자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따님을 가슴에 품고 사시는군요”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가협에서 준비한 선물과 정부가 준비한 나비 브로치를 전달했다. 브로치 수량이 모자라자 김정숙 여사는 “더 준비해서 모두 달아드리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나비는 희망과 행복을 상징한다고 한다.

아르헨티나는 1984년 ‘실종자 진상규명 국가위원회’를 설치하고 군부가 저지른 범죄를 조사해 인권유린의 실태를 공개했다. 과도 문민정부 시절 ‘사회적 타협과 화해’라는 명목으로 인권침해 사범을 사면(1986년)하고 명령복종자 처벌 배제법(1987년)이 채택된 적이 있지만, 2003년 아르헨티나 의회는 사면법을 폐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적폐청산’ 등의 이름으로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 ‘권력형 적폐’뿐만 아니라 ‘생활 적폐’로 청산 대상을 확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29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역사기념공원에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기 실종자 어머니들의 단체인 '5월 광장 어머니회' 가족들에게 '나비 브로치'를 선물하고 있다. 2018.11.29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29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역사기념공원에서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기 실종자 어머니들의 단체인 '5월 광장 어머니회' 가족들에게 '나비 브로치'를 선물하고 있다. 2018.11.29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에는 법무부에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발족한 상태다.

최근 야권 일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전 뇌물ㆍ알선수재ㆍ알선수뢰ㆍ배임ㆍ횡령을 5대 중대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주가조작 등 시장교란 행위 역시 사면 대상에서 배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