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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구성 이렇게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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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안정 기조 위에서 변화 수용"=후보자들은 사법시험 14(1972년 합격)~18회 출신으로 경륜과 지역 안배 등이 무리없이 조화됐다는 게 법원 내 다수의 평가다. 이 대법원장이 지난해 10월 3명의 대법관(김황식.박시환.김지형)을 제청하며 '서열 파괴'라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서열 파괴 이후 판사들이 '시민단체에 잘 보여야 하느냐'며 불만이 컸었다"며 "대법원장이 내부 반발과 판사들의 사기를 고려, 절묘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이 대법원장은 현직 법원장 중에서 4명을 선발했다. 그러면서도 시민단체로부터 개혁적 인물로 추천받았던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과 '제2의 여성 대법관' 후보로 전수안 광주지법원장을 선택했다. 이는 안정 기조를 바탕으로 사회적 변화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북(군위) 출신의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의 기용은 다음달 10일 강신욱.손지열 대법관 등 대구.경북(TK) 출신 대법관의 퇴임에 따른 지역 안배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시 동기(17회)인 김능환 울산지법원장과 안대희 서울고검장이 제청된 것도 눈길을 끈다.

◆ 보수적 판결 기조 유지될 듯=후보자 대부분이 정통 법조인이라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결 흐름도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5명 후보의 성향이 대체로 중도 보수 성향이어서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괴리가 있는 판결이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 약자 유리한 판결 … '법조 내 재야'로 불려

법원 안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이른바 '정통 법관'이다. 시민단체들은 개혁적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고 사법부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 헌법 수호 의식, 사법 정의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게 높이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법조 내 재야'로 불릴 만큼 기본권 보장에 충실한 판결을 내렸다.

2001년 동맥경화로 쓰러진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산재를 인정해 줬다. 과로.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이 됐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울 때엔 합리적 추론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추정되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 고3 수험생들이 "학생의 인적사항을 CD에 수록해 제작.배포하는 것은 인격권.사생활 침해"라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제작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1995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 민주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이적표현물 제작.배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 안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이른바 '정통 법관'이다. 시민단체들은 개혁적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고 사법부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 헌법 수호 의식, 사법 정의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게 높이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법조 내 재야'로 불릴 만큼 기본권 보장에 충실한 판결을 내렸다.

2001년 동맥경화로 쓰러진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산재를 인정해 줬다. 과로.스트레스가 질병의 원인이 됐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울 때엔 합리적 추론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추정되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과 관련, 고3 수험생들이 "학생의 인적사항을 CD에 수록해 제작.배포하는 것은 인격권.사생활 침해"라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제작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1995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 민주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이적표현물 제작.배포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 형소법 개정, 피의자 임의동행 못하게

법리 해석에 밝고, 실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구.경북(TK) 지역을 대표하는 법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법관으로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주어진 사건을 최선을 다해 처리하면서 성실히 생활해 왔을 뿐"이라며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법원과 사법부, 국민과 나라를 위해 기여하고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채무자의 가족을 상대로 한 채권추심 행위는 효력이 없다"고 판결해 신용정보업자들의 무분별한 채권추심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1990년대 중반 법원행정처 송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체포 영장과 긴급체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주도, 피의자 임의동행형식으로 수사하던 종전의 관행을 없앴다. 또 송달료 등 법원보관금을 사건별로 보관토록 해 환급 절차를 간편하게 했다. 지난해엔 국내외 음반제작사들이 음악파일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소리바다'측을 상대로 "서버 운영을 중단하라"고 낸 소송에서 "무단복제 행위를 방조해선 안 된다"고 판결해 지적재산권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했다.

김능환 울산지법원장 이론.실무 정통한 민사법 분야 권위자

민사법 분야의 권위자로, 법 이론과 실무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후보자는 제청 직후 "영광스럽다"면서도 "정의를 밝히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막중한 책임감이 훨씬 크다"고 심경을 밝혔다. "구체적 사건을 통해 무엇이 정의고 진실인지를 정확히 가리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판결을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과거 연구논문 부실을 이유로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서울대 미대 김민수 교수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교수 재임용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김 교수에게 승소판결을 내렸다.

또 미국에서 태어나 이중 국적을 갖게 된 손모씨가 '병역의무가 생겼다고 해서 국적 포기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병역을 이행하거나 면제받기 전에는 국적을 이탈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인 김현장씨에 대한 법무부의 2003년 보안관찰처분 2년 연장 결정이 잘못이라는 판결도 내렸다. 당시 그는 "김씨가 10년 동안이나 보안관찰을 받았고, 국가보안법 위반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없어 보이는데도 보안관찰 기간을 갱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안대희 서울고검장 불법 대선자금 수사 지휘한 특수 수사통

서울지검 특수1.2.3부장과 대검 중수1.3과장 등 대형 사건 수사와 관련된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3~2004년 대검 중수부장으로 있으면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다.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평가 속에 '국민 검사' '안짱'등으로 불릴 정도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중수부장직을 물러나면서 "국민이 원하는 대로 불편부당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게 수사의 독립성이고 검찰이 나아갈 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평소 '검사의 사명은 정의의 실현'이라고 말해 왔다.

대법관에 제청된 직후 안 후보자는 "정의의 실현은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 인권옹호 등을 포괄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관의 이기주의가 아닌 다른 측면에서 (대법원에) 검찰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선 그의 대법관 발탁으로 향후 정치인 비리 등 형사사건 판결에서 검찰 입장이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직을 맴돌다 정권 말기에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재산 공개 때 총 2억6449만원을 신고, 검찰 내 최하위를 기록했다. 작은 체구지만 배짱이 두둑해 '작은 거인'으로도 불린다. 서울지검 특수1.2.3부장과 대검 중수1.3과장 등 대형 사건 수사와 관련된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3~2004년 대검 중수부장으로 있으면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다. "정치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평가 속에 '국민 검사' '안짱'등으로 불릴 정도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중수부장직을 물러나면서 "국민이 원하는 대로 불편부당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게 수사의 독립성이고 검찰이 나아갈 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평소 '검사의 사명은 정의의 실현'이라고 말해 왔다.

대법관에 제청된 직후 안 후보자는 "정의의 실현은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 인권옹호 등을 포괄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관의 이기주의가 아닌 다른 측면에서 (대법원에) 검찰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선 그의 대법관 발탁으로 향후 정치인 비리 등 형사사건 판결에서 검찰 입장이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한직을 맴돌다 정권 말기에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지난해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재산 공개 때 총 2억6449만원을 신고, 검찰 내 최하위를 기록했다. 작은 체구지만 배짱이 두둑해 '작은 거인'으로도 불린다.

전수안 광주지법원장 조세 전문 … 화이트칼라 범죄 엄벌로 유명

김영란 대법관에 이어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대법관 후보로 제청됐다. 화이트칼라.여성 인권유린 범죄에 엄한 처벌을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대법관은 최고로 아름답고 의미 있는 판결을 하는 자리인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性) 문제에 있어선 이른바 소수자 입장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와 유사한 소수자에 대해 비교적 많은 생각을 해왔고, 그 부분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없지 않다"며 "주류를 벗어난 피해자들을 배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성법관 문제와 관련, "초기엔 소수였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고, 다소의 시행착오도 겪었다"며 "이젠 남성 이상으로 잘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구분해 따로 말할 부분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서울고법 형사부 재판장으로 재직하면서 원심 형량을 항소심에서 줄여주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원심 형량을 유지하거나 사회적.법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실형을 선고했다. 박창호 갑을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것은 분식회계와 관련한 고법의 첫 실형 사례다. 지난해 10월엔 사법부의 과거사 반성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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