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아예 푹 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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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가 일찌감치 '2004 모드'로 변환했다.

LG는 22일 마무리 투수 이상훈(32)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고질적인 오른쪽 어깨 습관성 탈골증세와 왼손가락 끝 혈행장애를 앓고 있는 이상훈은 이번주 중 팀 지정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뒤 어깨 수술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상훈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총력을 쏟던 지난 13일을 마지막으로 등판하지 않았다. 한화에 4연패한 후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렵다는 이광환(사진) 감독의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웅천(SK)과 함께 구원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는 이상훈의 구원왕 타이틀도 포기했다. 이상훈은 국가대표로 뽑히긴 했지만 삿포로에서 벌어질 아테네 올림픽 아시아 예선 참가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감독은 한때 에이스 이승호도 아예 마운드에 올리지 않을 것까지 고려했었다. 그러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탈삼진(1백47개) 타이틀을 지켜주기 위해 로테이션 주기를 일주일 이상으로 충분히 늘린 뒤 두게임 정도만 더 던지도록 했다.

올 시즌 팀 주축이던 선수의 상당수가 내년을 대비해 엔트리에서 제외되거나 쉬고 있다. 투수 김광삼.이동현.이상훈.김광우와 쿨가이 박용택이 벌써 검진을 한 차례씩 받았다. 주축 선수들이 몸을 만들고 있는 사이 2군 무대에서 뛰던 신예들이 1군으로 올라와 기량을 점검받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LG는 23일 현재 8연패에 빠져 있다. 신바람을 추구하는 LG에 맥없는 8연패는 충격적이다. 팬들은 "LG 팬이라는 것이 창피하다. 팀이 팬은 안중에도 없고 내년 성적에만 신경쓴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LG는 올 시즌이 의미없다고 여기는 듯하다. 무릎 부상으로 올 시즌 중반 팀을 떠나 독일에서 수술하고 돌아온 간판 타자 이병규 등이 복귀하고 투수진이 정상 가동한다면 내년 시즌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진필중(기아) 등 올 연말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선수 영입에도 관심이 많다.

그런 면에서 LG의 2004년은 도박이다. 지난 시즌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을 전격 해임하고 이광환 감독을 기용한 LG 프런트가 이에 대한 결과물을 낼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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