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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의 빚, 할머니보다 먼저 상속 포기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배인구의 이상가족(64)

우리 가족 중에서 막내 삼촌은 항상 걱정거리였습니다. 어른들은 아버지 4형제 중에서 막내 삼촌이 가장 공부를 잘했다고 했는데 제 기억에 삼촌의 얼굴은 늘 어두웠습니다. IMF 때 실직을 하고부터 재기를 못 했습니다. 어른들 이야기 속에서 이혼을 했다는 말도 들렸고, 시골에 내려가서 할머니와 지낸다는 소식도 들었지만 명절에도 만날 때가 드물었습니다.

삼촌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빚이 있습니다. 아내도 자식도 없어 제가 할머니와 아버지 다음 상속인이 된다고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삼촌의 빚이 제게 상속될까 걱정하고 계십니다. 저 혼자라도 상속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사진 pixabay]

삼촌이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빚이 있습니다. 아내도 자식도 없어 제가 할머니와 아버지 다음 상속인이 된다고 합니다. 어머니께서는 삼촌의 빚이 제게 상속될까 걱정하고 계십니다. 저 혼자라도 상속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사진 pixabay]

그렇게 잊어갈 무렵 삼촌이 사망했다는 부고를 들었습니다. 할머니께서 그렇게 슬퍼하시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삼촌은 자식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없을 때 이혼을 했고, 그 후 누구와 동거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이는 없었고 재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장례를 주관하셨고, 상주셨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나니 어른들이 조심스럽게 혹시 빚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셨습니다. 생전에 막내 삼촌이 카드를 돌려막다 지쳤다고, 이제 더는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는 말을 했다면서요. 아내도, 자식도 없으니 할머니가 1순위 상속인이고, 아버지와 그 형제분들이 2순위 상속인, 저를 포함한 조카들이 그다음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하더군요.

어머니께서 걱정하십니다. 할머니께서 한정승인을 하면 더는 다음 순위로 상속이 되지 않으니 간편한데 한정승인을 하면 이것저것 할 것이 많다고 하니 할머니께 한정승인을 하시라고 할 수 없고, 그럼 빨리 할머니께서 상속 포기를 하고 아버지가 한정승인을 하면 될 텐데 아들을 먼저 보내고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계신 할머니께 차마 상속을 포기하시라는 말을 꺼내기 힘들다고요.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을 3개월 이내에 끝내야 한다면서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것을 초조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아마도 아직 취직도 하지 않은 제게 혹시 삼촌 빚이 상속될까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일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가 상속 포기를 할 때 같이 하려고 하는데 지금 저 혼자라도 상속 포기를 할 수 있나요?

배인구 변호사가 답합니다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하거나 상속을 포기할 때에는 법에서 정한 숙려기간 내에, 즉 상속이 개시된 것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 이러한 숙려기간제도는 상속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후순위 상속인의 숙려기간은 선순위 상속인의 상속 포기 신고가 적법한 것으로 수리된 이후 이를 현실적으로 인식하여 그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기산됩니다.

그래서 우선 사례자의 할머니께서 3개월 이내에 상속 포기 신고를 한다면, 그 신고가 적법한 것으로 수리된 가정법원의 심판이 있는 날로부터 다시 3개월 이내에 사례자의 아버지께서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의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각 상속인은 숙려기간의 도과로 단순승인의 효력이 생기기 전까지 상속 포기 신고를 할 수 있다. 또 포기 권리를 상속순위에 따라 제한할 법문상의 근거가 없으므로 아버지나 할머니의 상속 포기 신고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사진 pixabay]

각 상속인은 숙려기간의 도과로 단순승인의 효력이 생기기 전까지 상속 포기 신고를 할 수 있다. 또 포기 권리를 상속순위에 따라 제한할 법문상의 근거가 없으므로 아버지나 할머니의 상속 포기 신고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사진 pixabay]

그런데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된 이상 각 상속인은 위 숙려기간의 도과로 단순승인의 효력이 생기기 전까지 상속 포기 신고를 할 수 있고, 각 상속인이 승인과 포기를 선택할 수 있는 이 권리를 그 상속순위에 따라 제한할 법문상의 근거가 없으므로(인천지방법원 2003. 4. 29.자 2003브1 결정 참조), 상속인이 될 자격이 있는 사람, 즉 사례자의 할머니, 아버지, 아버지 형제분들, 사례자 등은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는 선순위 상속인이 상속 포기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선순위 상속인보다 먼저 또는 선순위 상속인과 동시에 상속 포기의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상속 포기의 신고에 관한 예규(재특 2003-1) 3조].

따라서 사례자의 경우 할머니나 아버지의 상속 포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또는 할머니나 아버지가 한정승인의 신고를 하실지를 기다릴 필요 없이 먼저 상속 포기의 신고를 가정법원에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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