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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물어 이에 금갔다" 코오롱 이웅열 회장 사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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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이웅열 회장 [사진 코오롱 제공]

코오롱 이웅열 회장 [사진 코오롱 제공]

이웅열(63) 회장이 내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 회장은 코오롱그룹 창업주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들로 23년간 그룹을 이끌어왔다.

28일 코오롱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 회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그룹 회장직을 비롯해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계열사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마곡동 코오롱원앤온리 타워에서 열린 임직원 행사에서 예고 없이 연단에 올라 “내년부터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난다”라며 “앞으로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임직원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서도 퇴임을 공식화했다.

특히 이 회장은 서신에서 “이제 저는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라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코오롱 밖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창업 의지를 밝혔다.

또한 그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라며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놓는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 회장은 “코오롱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 달려왔지만, 그 한계를 느낀다”고 고백하면서 “내 스스로 비켜야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혀 그룹 변화와 혁신의 모멘텀을 지피기 위해 스스로의 변화를 택했음을 강조했다.

코오롱 이규호 상무 [사진 코오롱 제공]

코오롱 이규호 상무 [사진 코오롱 제공]

코오롱그룹은 이 회장의 퇴임에 따라 내년부터 주요 계열사 사장단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One & Only)위원회’를 두고 그룹의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후임 회장은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2019년도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코오롱의 유석진 대표이사 부사장(54)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지주회사를 이끌도록 했다.

아울러 이 회장의 아들 이규호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35)는 전무로 승진해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임명됐다. 이 COO는 그룹의 패션 사업 부문을 총괄 운영한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여성 임원 4명이 한꺼번에 승진하는 등 여성 인력에 대한 파격적 발탁이 이뤄졌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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