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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자 앞 눈물 훔친 검찰총장…'박수'로 답 받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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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사과발언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사과발언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게 “인권침해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문 총장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2층 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30여명을 만나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말았다는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였다면 형제복지원 전체의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고, 인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후속조치도 이루어졌을 것”이라며 “피해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하여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사과문 첫 부분을 읽으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문 총장의 사과문이 끝나자 박수를 쳤다. 문 총장은 지난 3월에도 박종철 열사의 부친 고(故) 박정기씨가 생전에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했다.

문 총장은 형제복지원 감금범죄의 근거가 됐던 당시 정부훈령과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의 특수감금죄에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정부가 법률에 근거없이 내무부훈령을 만들고,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가 공권력을 동원하여 국민을 형제복지원 수용시설에 감금했다”며 “기소한 사건마저도 재판과정에서 관련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했는데, 이러한 과정은 민주주의라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사과하고 있다. [뉴스1]

문 총장은 "인권이 유린되는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 본연의 역할에 진력을 다하도록 하겠다"며 재발방지도 약속했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분으로 1975~1987년 수용시설처럼 운영됐다. 시민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복지원 자체 기록만 봐도 폐쇄될 때까지 12년간 운영되는 동안 513명이 사망해 ‘한국판 아우슈비츠’로도 불렸다.

검찰은 1987년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에 대해 수사를 벌여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지만, 대법원은 1989년 7월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법원의 판결에 법령위반이 있다는 이유로 사건을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앞서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 4월 위헌인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은 불법 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찰에 사건 재조사를 권고했다. 이후 검찰은 대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한 결과 당시 수사 검사와 수사관, 검찰 지휘부와 피해자를 상대로 불법수용과 인권침해, 수사방해 등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21일 문 총장이 비상상고한 이 사건을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에 배당하고 심리에 들어갔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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