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평가 이해 얽혀 난항 예상|5공 비리 청문회 왜 진통 겪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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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공시절 정경유착의 흑막으로 의심받고 있는 부실기업정리 및 이·장 사건 등의 실상을 추적하기 위한 국회 5공 특위 청문회가 13일 출발부터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민정당의 불참 속에 야3당만의 반쪽 청문회가 된데다가 특혜를 받는 쪽과 정부 정책 결정 자들이 대거 불출 석 통보를 해와 균형 있는 진상파악이 사실상 어려워져 청문회 개최자체가 불투명상태다.
연 10일 동안 34명의 증인을 불러들일 부실기업 청문회에는 현재 피해자와 일부 정책 결정 자 9명만이 출석을 통보 해와 일방적인 폭로전으로 진행될 것을 특위 측은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첫날 대한선주의 한진 인수 청문회는 인수 쪽의 조중훈 한진 회장이 나오지 않고, 사전구속 영장이 발부된 윤석민 전 대한선주회장(외화도피 등 혐의)의 증인출석이 무산돼 진통을 겪고 있다. 둘째 날인 국제그룹 청문회도 피해자인 양정모·권철현씨 만 나올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기 힘들게 돼 있다. 양·권씨의 증언내용은 국회의 다른 증언대에서 여러 차례 반복된바 있다.
특위 측은 이런 사정을 감안, 5공 초기 권력암투의 측면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이· 장사건과 명성을 다룰 16, 17일 청문회로 대한선주·국제도 미뤄 함께 다룰 것인가를 검토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장과 명성청문회는 복역중인 이철희·김철호씨가 증인으로 채택돼 청문회사상 처음으로 죄수 증언이 이뤄져 그 자체가 이례적인데다가 5공 초기의 전씨 친-인척·청와대 비서실·민정당 간의 3각 권력게임의 실상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 것이라는데 특위 측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간평가 정국에서 외롭게 독자투쟁 노선에 서게 된 민주당 측은 자신의 주도적 영향력 아래 있는 5공 청문회를 최대한 활용, 5공 청산 쪽으로 정국의 초점을 상당부분 돌리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초 특위 측은 이들 사건을 추적하면서 5공권력의 정치자금조성 패턴을 추출, 다시 한번 전씨 부부의 국회증언과 검찰 5공수사의 한계를 실감시킨다는 의욕을 가졌었다.
5공 초기 권정달 당시 민정당 사무총장을 통한 정치자금조성, 후반기 이원조 전 은행감독원장의 정치자금 파이프 역할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차하면 비리조사에서 제외된 정치자금 문제를 본격적으로 등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지난 3일 정부·민정당의 당정회의에서 5공 청문회에 기업인·은행장의 출석을 저지키로 결정, 야당만의 청문회운영에 강한 제동을 걸고 나왔다.
이날 당정회의에서 부실기업정리 조사를 확대함으로써 기업인들의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계에 주는 충격이 크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재계인사의 특위 증언을 저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김우중(대우)·최원석(동아건설)·조중훈(한진)·김중원(한일합섬)·장상태(동국제강)·김준기(동부)씨 등 재계인사는 물론 김만제·정인용 전부총리 등 이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불 출석 통보를 해 온 것으로 특위 측은 판단하고 있다.
특위는 당정회의의 방침이 정부의 5공 청산의지 박약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라고 공박하고 있으나「야대」의 위력으로 준비된 청문회로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특위운영이 중간평가와 연결돼 있어 3당간의 미묘한 입장이 청문회운영에도 투영되고 평민·공화당이 제대로 동조해 줄지가 불투명해 2중의 고민에 싸여 있는 처지다.
민주당 측은 이같은 상황타개를 위해 부실기업 청문회보다 인권비리 청문회에 주력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즉 5공 시절의 각종 의문사·불교 법 난·제일교회 예배방해사건 등을 청문회장으로 끌어내 놓으면 5공 청산 없는 중간평가에 또 한번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인권문제는 재야·학생층과 밀접한 연 관이 있는 사안으로 범 야 불신임캠페인의 시발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불교 법 난 사건은 노태우 대통령이 보안사령관 시절에 발생한 것으로 반 노 전선의 무기로 활용될 수 있는 점을 은근히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같은 복안 역시 실현되기에는 여러 장애물이 겹쳐 있다. 당장 불교종단협의회(회장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는 법난 사건에 『더 이상의 정치력 개입을 원치 않는다』면서 청문회에 제외 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 청문회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려는 민주당의 노력을 평민·공화당 측이 경계하고 있다.
때문에 5공 당 특위의 청문회활동은 중간평가 기간과 겹치게 되어 있어 중간평가에 얽힌 각 당의 이해에 따라 진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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