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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지구와 함께 살기 위해 삽니다 ‘가치 소비’

중앙일보

입력

김신희 학생모델(왼쪽)과 김채린 학생기자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그로서란트(식료품점과 식당의 합성어) '더 피커'를 방문했다.

김신희 학생모델(왼쪽)과 김채린 학생기자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그로서란트(식료품점과 식당의 합성어) '더 피커'를 방문했다.

태어나면서부터 계속 하는 일에는 뭐가 있을까요. 먹고 자고 입는 것이 여기에 들어가겠죠. 또 있습니다. 무언가를 사는 것 즉 소비(消費) 행위예요. 예를 들어볼까요. 학기를 시작하면 준비물을 사죠. 수업을 마치면 페트병 음료수를 사먹기도 할 테고요. 빨대가 부착된 우유를 마실 때도 있을 거예요. 작은 행동이 모여 큰 행동이 될 수 있죠. 그래서 현대사회를 소비사회라고 불러요. 소비행동은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하고 싶은 걸 충족시키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에 영향을 끼치죠. 그 영향은 가족, 지역구성원, 기업, 환경 등에도 미칩니다. 친구들이 사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기업 등은 물건을 계속 만들죠. 쌓아두기도 하고요. 이 과정에서 자연훼손, 환경파괴 등 많은 사회문제가 생겨요. 문제들을 풀지 못하면 여러분과 지구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죠. 전 세계 여러 분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여러분, 즉 소비자(消費者)들이 생각하는 소비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죠. 소비자의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회적 운동을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가치 소비’ 등으로 부릅니다. 착한 소비로 통용되던 것들이, 일각에서 ‘착한’이란 말에 대해 제기한 비판 때문에 가치 소비로도 불리죠. 착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지구를 지킨다는 가치’를 위한 소비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맞춰 우리도 가치 소비라고 불러볼게요.

추구하는 가치까지 따져 원하는 물건 골라볼까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보틀팩토리, 동행취재=김신희(용인 독정초 5) 학생모델, 김채린(서울 행당초 5) 학생기자, 이지윤(서울 용마초 5) 학생기자

# 쓰레기를 하나도 배출하지 않겠다 ‘더 피커’

김신희 학생모델(왼쪽)과 김채린 학생기자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그로서란트(식료품점과 식당의 합성어) '더 피커'를 방문했다.

김신희 학생모델(왼쪽)과 김채린 학생기자가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그로서란트(식료품점과 식당의 합성어) '더 피커'를 방문했다.

소비는 혼자만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소비 행위가 이뤄지게 하는 생산, 유통, 교통, 인터넷 즉 정보통신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죠. ‘모든 구매행위에는 윤리적 선택이 개입된다’는 말은 이 때문에 생겨요. ‘소비에서의 선택은 나와 주변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등의 신념이 생긴 것도 이같은 과정 때문이죠. 가치 소비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학생기자 세 명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각각 식기구, 음식, 섬유 폐기물 등 식(食), 의(衣) 분야 가치 소비를 알아보기로 했죠. 먼저 김신희 학생모델, 김채린 학생기자가 다녀온 더 피커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500원을 내면 생분해 PLA 용기에 식재료를 담아 준다. 추가 금액을 원하지 않으면 직접 장바구니나 용기를 준비해 가면 된다.

500원을 내면 생분해 PLA 용기에 식재료를 담아 준다. 추가 금액을 원하지 않으면 직접 장바구니나 용기를 준비해 가면 된다.

서울숲에 있는 더 피커는 쓰레기를 하나도 배출하지 않겠다는 제로-웨이스트(zero-waste)를 목적으로 한 그로서란트(grocerant) 매장이에요. 송경호 대표에 따르면, 국내 최초로 제로-웨이스트 방식을 시도했고요. 그런데 말이 좀 어렵죠. 가치 소비가 생겨난 곳 때문에 그렇죠.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발달한 선진국이기 때문에 영어로 된 용어가 많습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김채린 학생기자가 혀를 내두르자 송경호 대표가 웃으며 답했죠. “그로서란트는 식료품점(Grocery)과 식당(Restaurant)의 합성어죠. 더 피커가 주력하는 분야는 식료품점에 가깝고요. 직접 용기를 가져오거나 여기에서 500원에 생분해(PLA, polylactic acid, 옥수수 전분 성분으로 만듦)  용기를 구매해 담아가게 합니다. 단기 목표로는 음식물 쓰레기를 없애는 걸 지향하고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식료품점의 면모를 확장하고 싶어요.”

더 피커에서는 동물성 식품을 팔지 않는다. 대신 원하는 만큼 담아갈 수 있는 식물성 식품을 판매한다. 스테인리스, 대나무 빨대 등이 눈에 띈다.

더 피커에서는 동물성 식품을 팔지 않는다. 대신 원하는 만큼 담아갈 수 있는 식물성 식품을 판매한다. 스테인리스, 대나무 빨대 등이 눈에 띈다.

송 대표의 설명을 따라 매장을 둘러보니 한 켠에 자연 생분해 포크, 숟가락, 칼 등이 보였죠. 또, ‘제로-웨이스트 쇼핑 안내’ 문구도 보였어요. 담아갈 용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생분해 용기를 사용하라는 안내도 보였고요. “꼭 젤리 가게에 온 것 같아요.” 김신희 학생모델이 찹쌀, 렌틸콩, 서리태, 병아리콩, 퀴노아 등이 담긴 용기가 가득한 식료품점의 면모를 보고는 말했죠. 이를 듣던 송 대표가 설명을 덧붙였어요. “더 피커는 2016년 3월에 선릉역에 먼저 열었어요. 그러다가 7월에 서울숲 근처로 옮겼죠. 지금 장소고요. 그 때만 해도 그로서란트, 제로-웨이스트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었거든요. 올해 들어서 미주, 유럽권에서 활발하게 넘어오기 시작했다고 느껴요. 서울숲으로 옮긴 이유도, 이런 매장 형식에 대한 이해가 없다보니 지역사회가 필요했거든요. 장기적으로 고객을 설득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했고요. 이곳은 구에서 저희 같은 이들을 지원하기도 하고 신혼부부가 많아 가치 소비에 관심 있는 고객도 많습니다.”

학생기자들이 송경호 더 피커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기자들이 송경호 더 피커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보고 들었으니 다음은 뭘까요. 직접 먹고 써봐야겠죠. 학생기자들은 딸기바나나 주스를 시켰죠.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 식당 등이 쉬는 시간)이라 나가야 해서 들고 나가는 용기에 음료를 받았습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라는 PLA예요. “으악 이거 너무 잘 깨지는데요.” 김채린 학생기자가 신이 나서 음료를 마시다가 놀란 소리를 냈죠. “이것 보세요. 여기 저기 자꾸 갈라져요,” 정말로 김채린 학생기자가 마시던 빨대는 금세 이곳저곳 갈라져 있었죠. “전 괜찮은데. 아니 잠깐만요. 저도 여기가 깨졌네요.” 김신희 학생모델도 동의했죠. “전 이거 못 쓸 것 같아요. 너무 불편해요.” 김채린 학생기자가 말하자 김신희 학생모델은 다른 의견을 냈어요. “전 괜찮아요. 조심해서 쓰면 오래 쓸 수도 있을 거예요.” 의견이 분분했죠. 생분해성 PLA 용기, 정말 괜찮은 걸까요.

더 피커 우측 외관에 서본 학생기자들.

더 피커 우측 외관에 서본 학생기자들.

송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거창한 환경 운동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에서 일반 대중이 할 수 있는 환경 지킴 소비도 중요해요. PLA 용기는 그 일환일 수 있죠. 최선은 아니더라도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는 거예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중요하거든요. 장기적으로 환경은 다 같이 지켜야 하는 거니까요.”

무농약·유기농 식재료를 취급한다. 송경호 대표는 식료품의 면모를 키우고 싶어 한다.

무농약·유기농 식재료를 취급한다. 송경호 대표는 식료품의 면모를 키우고 싶어 한다.

그에 따르면, 친구들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환경 지킴 소비 방법은 거절하기예요. 예를 들어 주스 가게에서 음료를 받을 때 플라스틱 빨대를 받지 않은 거예요. 또, 작은 물병 하나를 들고 다니는 것도 좋겠죠. 자주 바꾸는 제품은 제품인 칫솔은 나일론, 플라스틱 제품을 쓰기보다 대나무 칫솔 등을 쓰는 걸 추천합니다. “어려울 거 없어요. 생각보다 바꾸기 쉽거든요. 한 명 한 명 보면 별 일 아니지만 그게 쌓이면 사회가 바뀔 거예요.”

송 대표가 말하는 다회용 컵, 빨대 세척법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로)대나무 칫솔, 뜨거운 음료를 담은 컵을 둘러 싸는 '니트 슬리브'. 종이로 만든 일회용 대신 뜨개질로 만든 다회용이다.

(왼쪽 위부터 오른쪽 아래로)대나무 칫솔, 뜨거운 음료를 담은 컵을 둘러 싸는 '니트 슬리브'. 종이로 만든 일회용 대신 뜨개질로 만든 다회용이다.

① 다회용 빨대 세척법

전용 세척솔로 세척합니다. 기본적으로 스테인레스도 그렇고 대나무 빨대도 그렇죠. 유리도 있고 실리콘도 있거든요. 주기적으로 소독을 해줘야 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끓는 물에 식초, 베이킹 소다 등을 넣은 물에 3~5 분 정도 끓이면 소독이 돼요.

② 대나무 빨대 세척법

대나무 빨대 사용 이유가 있는데 관리 자체는 보통 1년 안팎 쓰면 됩니다. 습기에 취약하니까 세워서 보관해야 하고요. 물빠짐 구멍 있는 통에 넣어두면 좋죠. 더 피커 매장에서는 한 대나무 빨대를 2년 가까이 씁니다. 습기 관리가 필수적이죠.

개념 설명. 환경적 측면의 가치 소비란

(왼쪽)김신희 학생모델, 김채린 학생기자.

(왼쪽)김신희 학생모델, 김채린 학생기자.

저렴한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소비 환경에 만족했던 소비자들이 조금씩 소비가 불러올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송 대표에 따르면, 극단적 위생주의 등에 따라 쉽게 물건을 사서 바꾸는 등의 편한 소비 행위에 대한 문제 인식이죠.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를 통해서만 우리의 삶이 유지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소비자에게는 바람직한 환경을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오른쪽) 더 피커에 놓인 '건강한 소비가 만드는 건강한 지구' 팸플릿.

(오른쪽) 더 피커에 놓인 '건강한 소비가 만드는 건강한 지구' 팸플릿.

환경친화적 소비자는 환경문제를 고려한 소비 생활을 지향합니다. 또, 제품 구매를 할 때 환경을 소비 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여기죠. 환경의 중요성이 이윤 창출 등에 밀리던 과거와 조금은 달라진 거죠. 재활용원료를 쓰는 재활용 제품, 정부가 공인한 환경 마크 등이 부착된 제품만 찾는 이들이 생긴 거예요. 송 대표도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 위주로 들인다고 합니다. 이런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가격은 우선 사항이 아니에요. 자신들의 가치에 맞는 상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하는 편을 택하죠. 기꺼이 자신 의지에 부합하는 상품, 서비스를 선택하는 거예요.

# 모든 페트병이 재활용 되는 건 아니에요 ‘보틀팩토리’

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

보틀팩토리 정다운 대표.

송 대표는 PLA 컵에 대해 설명하면서 현실과 타협한 부분이 조금은 있다고 말했죠. 음료 등에 대한 테이크 아웃(take out, 포장 서비스)을 하지 않던 처음과 달리 생분해성 PLA 용기, 빨대 등을 사용해 고객들에게 포장 음료를 제공하는 부분 등인데요. 이와 달리 텀블러만 쓰도록 하는 가게가 있다고 해 찾아가봤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에 있는 보틀팩토리예요. 보틀팩토리는 지난 2016년 팝업스토어로 시작해 자리 잡았죠. 현재는 유리병 세척소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공유 세척소를 만든 셈이죠. 정다운 대표가 친구들을 위해 설명에 나섰습니다.

유어보틀위크' 행사 당시 설치했던 세척소 모습. 보틀팩토리 매장에도 세척소가 있다. 음료를 구매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유어보틀위크' 행사 당시 설치했던 세척소 모습. 보틀팩토리 매장에도 세척소가 있다. 음료를 구매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컵이 한가득 쌓인 걸 보고 충격 받은 적이 있어요.” 정 대표는 회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층마다 나오는 플라스틱 컵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렇게 많은 쓰레기가 다음날이면 깨끗하게 사라지죠. 어디로 가는 건지 궁금했어요.” 정 대표는 급기야 쓰레기차를 따라가서 보기로 마음먹었죠. “과연 제대로 재활용이 되는 걸까, 플라스틱 컵이 그대로 다시 플라스틱 컵으로 돌아오는 걸까 궁금했어요.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도 어떻게 재활용했는지 제대로 안 나오는 거예요. ‘페트병은 어떻게 된다’에 대한 공부용 정보는 있었지만 ‘정말 어떻게 처리하고 있다’ 등의 현실적 내용은 명확한 게 없었죠. 쓰레기차 측 양해를 얻어 조수석에 앉아 따라간 이유예요.”

보틀팩토리에서 포장 시 사용하는 쌀빨대.

보틀팩토리에서 포장 시 사용하는 쌀빨대.

정 대표가 쓰레기차 조수석에 앉아 가 본 곳은, 정 대표 표현에 따르면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어떻게든 되긴 하겠지’가 아니라 ‘안 된다’는 걸 알았어요. 사람들이 페트병 중 재활용할 대상을 분류해요. 그게 아니면 잔재 쓰레기, 즉 폐기물이 되는 거고요.” 정 대표에 따르면, 분류 과정에서 속칭 ‘돈이 되는’ 페트병 위주로 분류 대상이 됩니다. “페트병 중에서도 돈이 될 법한 페트병이 있고 아닌 게 있어요. 철저하게 경제 논리에 따라 재활용 여부가 결정되는 거예요. 생수, 콜라, 사이다 등 페트병 종류는 천차만별이잖아요. 그러니 충분히 고를 여지가 있는 거죠.”

텀블러 대여 서비스 문구다. 음료 구매 후 포장 시 1000원을 더 내면 텀블러를 대여할 수 있다.

텀블러 대여 서비스 문구다. 음료 구매 후 포장 시 1000원을 더 내면 텀블러를 대여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문제의식을 처음 느꼈던 2년 전, 팝업스토어를 열었죠. 텀블러를 빌려주는 서비스였는데 회수율은 30%에 불과했습니다. 보증금 1000원을 받고 텀블러를 주는 형식이었죠. 텀블러를 다시 가져다 줄 경우 1000원을 돌려주는 형태였습니다. 매장에서 돌려받지 못한 텀블러가 다수였는데도 정 대표는 희망을 느꼈습니다. “텀블러를 다 회수할 수 있을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고객들이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 그러냐’며 취지에 공감했다는 게 중요했죠. ‘어 이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동의하잖아’ 싶었죠.” 실제 오늘날 소비자들은 소비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싶어 하는 거죠. “그런 소비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분명한 것은 사회가 성숙할수록 텀블러에 1000원을 기꺼이 내듯 돈을 더 쓰면서라도 가치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거란 확신이 들었다는 거예요.”

기증받은 텀블러들.

기증받은 텀블러들.

정 대표는 이를 위해 공유 세척소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이런 고객들이 텀블러를 좀 더 쉽게 쓸 수 있도록 어딜 가나 쉽게 씻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같은 생각을 토대로 카페 안에 커다란 세척소 두 개를 마련했죠. 또, 지난 9월 16일부터 22일까지는 ‘유어보틀위크’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일회용품 없이 가게를 운영하자는 목표로 홍대입구역 인근 7곳 매장과 협업을 한 거예요. 8월 한 달 동안 약 400개의 텀블러를 기부받아 꼼꼼한 세척, 살균 과정을 거쳐 이 매장들에서 고객들에게 텀블러를 빌려주었죠. 반납은 7곳 매장 중 어디에서든 가능하게 했고요. 또, 홍대입구역 3번 출구 근처에 텀블러 세척소를 일시적으로 설치했어요. 누구나 텀블러를 씻을 수 있게 도왔죠.

정 대표는 PLA 컵에 대한 의견도 더했어요. “PLA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거든요. PLA 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없잖아요. 이걸 일반 플라스틱 컵이라고 생각해서 거기에 버리는 분들도 있죠. 그렇게 섞이면 환경에 더 안 좋고요. 재활용은 당연히 안 되고요. 생분해도 특정 온도, 습도에 가야 되는 건데 자연스럽게 분해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완전히 안심이 된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죠. 해결법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안 쓰는 것보다 나은 해결책은 아니라는 거예요.”

# 디자인 후 남은 섬유 폐기물 줄일래요 ‘파츠파츠’ ‘공공공간’

파츠파츠 임선옥 디자이너.

파츠파츠 임선옥 디자이너.

이지윤 학생기자는 섬유 폐기물을 줄이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제로-웨이스트 브랜드를 지향하는 파츠파츠(PARTsPARTs) 임선옥 디자이너, 공공공간의 신윤예 대표죠. 지윤 학생기자가 이들을 만난 날은 의류 산업의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단체 지속가능윤리적패션허브의 1주년 기념 행사이기도 했고요.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유행에 따라 버려지는 옷들, 디자인 후 오려낸 원단을 버리는 일 등에 대해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들을 수 있었죠.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실제 디자인에 따라 옷이 쉽게 폐기된 간 역사는 많죠.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 친구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입는 양복은 어떤가요. 혹은 지나가는 아저씨가 입은 양복은 어땠어요. 어두운 색의 단순한 디자인이 대다수일 겁니다. 명확하게 정해진 건 아닌데 그렇게 입는 사람이 대다수죠. 하지만 이 남성용 정장, 지난 1789년 전 프랑스에서는 여성의 드레스만큼이나 화려했습니다. 물론 귀족용 정장이지만요. 심지어 루이14세의 동생 오클레앙 공작(1640~1701)은 전쟁터에 나갈 때 커다란 가발을 쓰고 리본, 다이아몬드로 옷 장식을 달았죠. 옷의 색은 화려했고요. 이 시대 고위층 남성들은 레이스, 보석으로 장식한 형형색색의 옷을 입었습니다. 버려지는 옷은 그대로 썩거나 하위층 가정으로 흘러 들어갔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죠. 유행은 빠르게 변하고 옷이 버려지는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변화하는 유행에 맞춰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제작, 유통하는 패션 트렌드)’이란 단어도 생겼죠. 대량생산 방식을 위한 패션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 브랜드도 늘었어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 표준 중 하나인 UNGC(UN Global Compact) 10대 원칙에 따르면, 기업은 환경에 대한 책임 증진에 앞서 나서야 합니다. 또,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예방해야 하죠. 환경 친화적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도 책임에 포함되고요.

이지윤 학생기자(가운데)가 신윤예 대표(왼쪽), 임선옥 디자이너를 만나 지속 가능한 패션 이야기를 들었다.

이지윤 학생기자(가운데)가 신윤예 대표(왼쪽), 임선옥 디자이너를 만나 지속 가능한 패션 이야기를 들었다.

임선옥 디자이너는 이같은 책임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지갑 하나를 만들자’ 해도 드로잉한 것은 원하는 선 안에 있는 것이고 그 이외 원단은 버리죠. 티셔츠 혹은 팬츠를 만들기 위해 1m 원단이 필요하다고 예를 들어볼게요. 그 원단에 패턴을 배치하고 나면 나머지 원단이 생겨요. 8~20%죠. 쓰레기가 되고요. 산업에서 섬유 쓰레기가 10%래요.” 신윤예 대표도 동의했어요. “창신동 봉제공장을 알기 전까지 저한테 와닿는 문제는 아니었죠. 저도 옷을 쉽게 샀거든요. 쉽게 버리고요. 골목마다 100ℓ 쓰레기봉투가 쌓인 걸 보고 놀랐죠. 생활폐기물이 아니라 패턴 놓고 남긴 부분이거든요. 재단 후 남은 부분이 100ℓ 쓰레기봉투로 한 공장당 3~4개 나와요.”

(왼쪽)파츠파츠 임선옥 디자이너,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왼쪽)파츠파츠 임선옥 디자이너,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임선옥 디자이너는 좀 더 길게 갈 수 있는 디자인 철학의 필요를 느꼈다고 해요. “패션 산업은 변화가 빨라 디자이너들이 소모적으로 일해요. 회의가 들었죠. ‘전문가로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예쁜 것에만 꽂히는 아마추어인로 남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다 자투리 원단이에요?” 이지윤 학생기자의 질문에 신윤예 대표가 답했죠. “재봉선 밖의 원단을 버리는 게 문제라면 재봉선을 만들지 말자. 또, 남는 원단이 생기면 주머니로 붙이자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제로-웨이스트의 시작이죠.” 실제 이들 브랜드 제품의 특징은 재봉선이 잘 안 보인다는 겁니다. 재봉선이 없는 게 대다수이기 때문이죠.

(왼쪽)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맨 오른쪽)파츠파츠 임선옥 디자이너.

(왼쪽)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맨 오른쪽)파츠파츠 임선옥 디자이너.

“옷은 유행에 민감한데 제로-웨이스트를 하려면 어려운 게 더 많을 거예요.” 이지윤 학생기자가 매장 안의 재봉선 없는 스카프를 보고 말했죠. 임선옥 대표가 답했어요. “패션계에는 겨울에는 모직을 사야하고 여름에는 린넨을 사야 한다는 편견이 있죠. 또, 소재를 사입하는 데서 오는 낭비도 크고요. 천을 다 쓰는 걸 목표로 삼는 건 제로-웨이스트 지향 브랜드로서는 불가능해요. 하지만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른 섬유를 써서 재봉선을 없애고, 남는 원단으로 스카프를 멋지게 만드는 식이죠. 문제 해결을 과업으로 삼으니 디자인이 다시 즐거워졌고요. 우리는 23년이 된 회사예요. 제로-웨이스트를 시행한 지는 10년이고요. 그런데도 20년쯤 더 해야 제대로 알 것 같아요. 숙제가 많죠.”

학생기자 취재 후기

김신희 학생모델은 환경을 위해서는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김신희 학생모델은 환경을 위해서는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김신희(용인 독정초 5) 학생모델
가게 안에서는 여러 가지 비건 음식들과 과일, 친환경 제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전 그중에서도 대나무 빨대가 제일 신기했어요. 자연 생분해가 되는 일회용 컵도 써보았는데, 빨대가 잘 부서지는 것 빼곤 진짜 일회용 컵처럼 편리했어요. 왜 이 컵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있는지가 이상할 정도로요. 아직 친환경 제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만 제품들이 대중화된다면 곧 많은 사람들이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족과 함께 또 가고 싶은 곳이에요.

김채린(서울 행당초 5) 학생기자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대나무로 만든 칫솔입니다. 앞으로 이런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어 모든 가게에서 과대포장하지 않는다면 건강한 지구를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재가 끝나고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생과일 주스를 사주셨는데 그 빨대도 옥수수로 만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맛나게 주스를 마시면서 오늘 유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지윤(서울 용마초 5) 학생기자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단을 재단하게 되는데, 재단 후 남는 자투리 원단 등을 그냥 버리지 않고, 이를 활용하여 다른 옷, 가방, 셔츠 등을 만드는 걸 봤죠. 현장에서 본 것들은 마냥 신기하게만 보였다. 남은 자투리 원단으로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었기 때문이에요. 한정된 자원을 함부로 사용하다가는 자원이 부족할지 몰라요. 내가 현장에서 제로 웨이스트 프로젝트와 관련된 여러 내용을 들으면서 사소한 것이라도 절약하고 지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송상섭(오픈스튜디오)·보틀팩토리, 동행취재=김신희(용인 독정초 5) 학생모델, 김채린(서울 행당초 5) 학생기자, 이지윤(서울 용마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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