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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사회적 발언에 박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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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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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눈길 끄는 TV 광고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아빠들의 육아 휴직을 소재로 한 롯데그룹 광고를 꼽겠다. 롯데 직원이 직접 모델로 등장해 ‘육아휴직 후,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을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①아기를 달래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던 남자는 지쳐서 아이 옆에 곯아떨어졌다. 그가 말한다. “아내가 왜 맨날 쓰러져 자는지 알 것 같아요.” ②아기를 업고 설거지하던 남자가 잠시 허리를 펴고 말한다. “장모님 허리가 아프실 수밖에 없구나. 정말 죄송합니다.” ③둘째를 안고 첫째가 어지른 거실을 청소하는 남자도 말한다. “아내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그리고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자 10명 중 1명이 롯데의 아빠들/ 저출생 극복, 롯데가 함께하고 있습니다’라는 자막이 뜬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아빠도 함께 자란다”는 멘트로 30초 광고는 끝난다.

육아휴직을 했던 직원의 사진과 영상을 편집한 롯데의 예전 광고도 좋았다. 똑같은 포즈로 잠든 아이와 아빠, 아이의 배냇머리를 처음으로 잘라주는 아빠, 아이가 이유식을 자신에게 먹여주자 감동하는 아빠…. 아이와 교감하는 아빠의 리얼한 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이들이 많았겠다.

롯데는 이 광고 덕분에 양성평등에 앞장서는 착한 기업임을 뽐냈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해 1월부터 전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자녀가 태어나면 남성도 최소 1개월 쉬게 해주고 한 달간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한다. 올 상반기까지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여성 친화적인 기업문화를 홍보하는 동시에, 남성 육아휴직이 왜 필요한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국민 캠페인에도 성공했다. 나는 후자에 더 주목하고 싶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발언이 좀 더 나왔으면 한다. 국회와 정부가 대놓고 팔 비튼다고 울며 겨자 먹기로 농어촌상생기금을 내는 게 제대로 된 기업의 사회공헌일 수는 없다.

나아가 우리 기업이 좀 당당했으면 한다. 그러자면 준법에 그칠 게 아니라 ‘먼지 없는 경영’을 해야 한다. 한국은 ‘털면 털리는 나라’ 아닌가. 권력이 작심하면 어떻게든 기업을 궁지로 몰 수 있다. 법률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윤리경영을 하는 게 먼저다. 그리고 자신이 생기면 사회적 발언도 좀 했으면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맞장을 뜨는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까지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요즘처럼 납작 엎드려 숨죽이고 있는 대신, 필요하면 자기 색깔과 목소리를 내는 기업이 언젠가는 꼭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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