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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삶이고, 삶이 곧 예술 … 작가의 에너지에 반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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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나카무라 키스 해링 컬렉션 대표가 제일 처음 구매한 해링의 작품 앞에 서 있다. [사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나카무라 키스 해링 컬렉션 대표가 제일 처음 구매한 해링의 작품 앞에 서 있다. [사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해링의 대표 아이콘 ‘빛나는 아기’를 소재로 한 ‘무제’(1983, 106x 127㎝). [사진 키스 해링 재단]

해링의 대표 아이콘 ‘빛나는 아기’를 소재로 한 ‘무제’(1983, 106x 127㎝). [사진 키스 해링 재단]

해외 출장길에 본 그림 한 점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나카무라 키스 해링 컬렉션 대표 인터뷰 #DDP, 키스 해링 미술관 소장품 175점 소개 #만화적 상상력에 휴머니즘 담아내 #10년의 작업 “모두를 위한 예술”

1987년 일본의 회사원 나카무라 카즈오(사진)는 해외 업무차 방문했던 미국 뉴욕에서 거리를 지나다가 한 작품을 보았다. 여러 사람이 겹겹이 목말을 태운 모습이 그려진 만화 같은 그림이었다. “와르르 거의 쓰러질 듯하면서 쓰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버티고 있는 군상이 재미있었죠. 그림을 보며 ‘도대체 이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생각하게 됐죠. 그게 키스 해링(Keith Haring, 1958~90) 작품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나카무라 키스 해링 컬렉션’ 대표 얘기다. “당시 그림값이 너무 비싸서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그는 “그런데 갤러리에서 ‘돈 없으면 할부로 해주겠다’고 권해 그림을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때 큰 용기를 내어 그림 한 점을 산 그가 20년 뒤 일본에서 키스 해링 미술관을 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이후 해링 작품을 집중적으로 수집해온 그는 2007년 도쿄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야마나시 현 코부치자와에 키스 해링 미술관을 열었다.

24일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미국의 팝 아티스트 해링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개막했다. ‘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서울디자인재단(대표 최경란)과 지엔씨미디어(홍성일 대표)가 함께 여는 것으로, 전시작 175점은 모두 일본 키스 해링 미술관 소장품이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나카무라 대표는 “예술은 우리에게 무한하고 창의적인 힘을 준다”며 “해링의 작품에 녹아 있는 희망, 꿈, 사랑의 메시지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키스 해링 '무제'(무슬린에 아크릴과 오일, 1985, 304.8*396.2cm). [사진 키스 해링 재단]

키스 해링 '무제'(무슬린에 아크릴과 오일, 1985, 304.8*396.2cm). [사진 키스 해링 재단]

전시는 총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약 10년간 ‘미친 듯이’ 작품을 쏟아 내고 31세에 삶을 마감한 해링의 다채로운 작품을 보여준다. 검은 종이로 덮인 광고판에 아기, 동물, 사람들을 그려 넣은 지하철 드로잉부터 데이비드 보위의 83년 앨범 등 음악 앨범 커버와 포스터 등도 망라했다. ‘피플’과 ‘피라미드’는 흔히 볼 수 없는 작품들로 특히 눈길을 끈다. 이중에서도 ‘피플’은 가로 4m, 세로 3m에 이르는 초대형 작품으로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카오루 야나세 키스 해링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올해는 키스 해링 탄생 60주년 되는 해”라며 “1980년대 뉴욕에서 지하철 그림으로 시작한 해링의 작품 전반에는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벽을 부수고 싶어했던 작가 정신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웃는 얼굴, 빛나는 아기, 짖는 개, 하트 등 해링이 창조한 상징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른바 ‘해링 코드’라 불리는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해링이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은 ‘빛나는 아기’였다. 야나세 큐레이터는 “그에게 아기는 불멸, 영생의 아이콘이었다”며 “그림 속 아기는 빛 줄기를 뿜어내며 쉼 없이 세상을 기어 다닌다. 해링은 세상을 떠났어도 이 아기는 우리에게 기쁨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했다.

키스 해링, '침묵=죽음'(종이에 실크스크린,1989, 99*99cm)[사진 키스 해링 재단]

키스 해링, '침묵=죽음'(종이에 실크스크린,1989, 99*99cm)[사진 키스 해링 재단]

그렇다면 나카무라 대표는 어떻게 해링 작품을 계속 모은 것일까. “96년, 40대에 의약품 개발회사를 설립했다”는 그는 “처음엔 어려웠지만 이후 수익이 생기면서 하나씩 사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만화 같은 그림에 돈을 쏟아부어 파산하는 것 아닐까’ 걱정한 적도 많았다”면서 “그러나 지금 와서 돌아보니 수집하길 잘했다”며 웃었다.

해링의 작품이 지닌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카무라 대표는 “그의 작품은 우리를 미소 짓게 하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작품 곳곳엔 성 소수자와 인종 차별 반대, 핵 반대 등 사회에 대한 작가의 소신 있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2019년 3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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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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