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대결" 묘수 타국|노-김종필 청와대 회담 2시간45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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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간평가를 둘러싸고 여-야 정면대립양상을 보이던 정국이 7일 노태우·김종필 회담을 고비로 화해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노·김대중 회담이 남아 있고 이미 회담을 마친 김영삼 민주당 총재의 향후 태도가 어떠할지 알 수 없으나 노·김종필 회담에서 공화당이 양측에 후퇴의 구실을 제공함으로써 최소한 여소야대 하의 패싸움만이 종착점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던졌다.
김 총재는 이날 회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회담내용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노 대통령의 의중을 「기대해 보자」는 쪽으로 해석했다.
김 총재는 『5공 청산문제를 성의 있게 배려하면서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합리적으로 조용히 중간평가를 치르겠다고 밝혔다』고 말해 여야의 생사를 건 격돌은 피할 생각이 있음을 비췄다.
김 총재는 노 대통령이 중간평가의 4월 실시는 거의 굳히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하면서 『두 가지 선행조건이 해결되고 국민에게 불안을 주는 형태가 아니면 조기실시도 상관없다』고 말해 노 대통령이 야당이 수긍할 만한 조치를 취하면 야당이 조건을 양해할 뜻을 비췄다.
김 총재는 특히『여권주변에 나돌던 정면돌파의 강성기류에 대한 우려는 불식돼도 좋다고 느꼈다』며 신임연계부분도 부인하는 대답을 얻어내 신임을 연계하지 않고 단순 정책평가형태로 치르도록 합의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2가지 선행조건 중 전두환·최규하 두 전직대통령의 증언문제와 관련, 김 총재는『노 대통령이 고충을 얘기했으나 진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방문증언, 또는 비공개회의에서 증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한가지 선행조건인 5공 비리 핵심인사의 처리문제에서도 새로운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노 대통령이 거부반응을 보인 것도, 아닌 것도 있었으나 상당히 수용하는 자세였다』고 전했다.
이것은 야권에서 지명된 6인중 선별적으로나마 처리하는 선에서 절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 이들의 선별문제와 처벌방식 등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으나 김 공화 총재는 일단 노 대통령의 재량에 맡길 의향이다.
김 총재의 말을 듣고 보면 5공 청산으로 야당에 명분을 주어 뒤로 물러서게 하고 노 대통령은 중간평가를「단순정책평가」로「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선에서 타협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김 총재의 이같은 설명과는 대조적으로 이수정 청와대 대변인은 『중간평가부분에 합의된 것이 없고 노 대통령은 야당총재의 의견을 경청한데 불과하며 중간평가는 오로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해 다소 감의 차이를 느끼게 했다.
특히 이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김 총재로부터 함께 구술을 들은 김문원 공화당 대변인이 회담결과를「신축성」있게 발표하려는데「제동」을 걸었으며『두 분이 정치불안이 없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부분만 강조했다.
이 대변인의 이같은 발표가 남은 노·김대중 회담을 배려한 신중인지 아니면 김종필 총재가 받는 감과는 달리 노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 있기 때문인지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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