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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예산도 없는 공공실버주택 청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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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승호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승호 복지팀 기자

이승호 복지팀 기자

“이런 식으로 노인복지하면 대찬성임.”

20일 본지의 공공실버주택 르포 기사에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 중 하나다. 어르신들은 그 주택에 살게 되면서 “로또 맞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 기사엔 수 천개의 댓글과 ‘좋아요’가 붙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젊은층이 동조했다. 댓글은 30대(36%)와 40대(28%), 20대(17%) 순이었다. 네티즌들은 “나도 늙으면 저런 곳에서 살고 싶다” “저게 곧 우리의 미래. 세금은 이런 곳에 써야죠”라며 관심을 보였다.

이런 반응을 보인 주택은 경기 성남시 위례신도시 35단지 공공실버아파트. 이 아파트는 동작감지센서·높낮이 조절 세면대·안전손잡이 등 독거노인을 위한 첨단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기초수급자 등의 저소득 노인들이 살고, 복지관 사회복지사들이 촘촘히 돌본다. 이런 데가 국내에 없으니 환호하는 게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공공실버주택은 대다수 독거노인에겐 언감생심이다. 공공실버주택은 성남시 위례·목련 지구의 294가구뿐이다. 2022년까지 전국 20개 지역에 추가로 공급해도 2300가구에 불과하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노인 공공임대주택 4만 가구를 ‘케어안심주택’으로 공급하고, 기존 영구 임대주택 14만 가구에 복지관·종합재가센터 등을 갖춘다는 ‘커뮤니티케어 기본계획’을 20일 내놨다. 일반 주택 27만 가구에 노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집수리 사업도 벌인다.

이 계획이 다 성사되더라도 올해 기준 전국의 독거노인 수 140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2022년엔 독거노인 수는 171만명까지 늘어난다. 복지부의 계획대로 될지도 의문이지만 그리된다고 해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커뮤니티케어 기본계획 실현에 필요한 예산 규모와 재원 조달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관련 예산(80억7600만원)을 배정했지만 추후 소요될 예산 등은 추계도 하지 않고 있다. 예산 조달 방안이 “후속 연구 과제”라고 하니 믿음이 안 간다.

커뮤니티케어는 요양병원 등에 불필요하게 머물러 있던 어르신들이 살던 동네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권용진 서울대 공공의료사업단장은 “어르신들을 병원에서 나오게 하는 것 못지않게 그런 병에 걸리지 않게 예방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며 “정부가 법률을 제정해서 국회를 설득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동안 화려한 그림만 그려놓고 흐지부지된 정부의 청사진이 한둘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승호 복지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