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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탄핵 찬반 명단 공개하라" 요구에 고심하는 법관회의

중앙일보

입력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단체 양승태 사법 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회원 등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 탄핵소추 촉구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단체 양승태 사법 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회원 등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 탄핵소추 촉구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에 대한 탄핵 촉구를 의결(19일)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속기록을 공개할지 고심하고 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참석 판사들의 발언 내용과 법관 탄핵 찬반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법관회의 운영위원회는 21일 전국 구성원들에게 “19일 열린 법관회의에서 기명으로 작성된 속기록을 제공할지, 익명화해 제공할지, 또는 제공하지 않을지 등에 대한 여러 의견을 달라”고 공지했다. 법관회의는 또 “이전에 속기록이 유출돼 기사화된 적이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관회의가 언급한 ‘유출’은 6월 회의에 참석한 한 판사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 발언 내용이 공개된 것을 뜻한다. 이 판사는 임종헌(구속)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에 배석판사가 되면서 논란이 됐다.

법관회의 운영의 근거가 되는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은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의록엔 출석자 이름, 의사 진행 경과, 발언의 내용 및 결과가 기록된다. 다만 ‘회의록은 익명화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있다.

법관회의 측은 규칙에 따라 회의록 공개는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회의록’의 범위에 판사별 발언 내용이나 법관 탄핵 찬반 명단이 들어가는지를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법관회의 공보담당인 송승용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늦게부터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며 “언제까지 논의를 끝내겠다는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 측은 “법관 탄핵을 의결한 회의에서는 기명 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회의록 공개라는 규정을 좁게 해석하지 말고, 법관이라는 공직자들이 모여 공적인 내용을 논의한 것인 만큼 그 내용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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