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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왜 여성혐오자 뽑았냐”는 미셸 오바마, 대선주자 될까

중앙일보

입력

“오바마 부인이라는 사실이 나를 위축시켰다. 나는 남편을 통해 존재가 정의되는 여자가 된 것 같았다.”

8년간 퍼스트레이디로 지낸 미셸 오바마(54)의 말입니다. 그는 지난 15일 31개 언어로 출간된 자서전 『비커밍(Becoming)』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하버드 출신 변호사·병원 부사장 등으로 활약했던 미셸은 남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정치인이 된 이후부터 단지 ‘오바마의 아내’로만 언론에 비쳐졌기 때문이죠.

자서전 출간 첫날 72만부 팔리며 인기 #‘성난 흑인 여자’로 불린 미셸 오바마 #여론조사서 트럼프 앞지르며 대선주자 거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책은 출간 첫날 72만5000부가 팔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힐러리 클린턴이 지난 2003년 쓴 책 『살아있는 역사(Living History』가 출간 첫날 20만 부에 팔린 것에 비해서도 굉장한 수치입니다. 반응이 뜨거운 만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미셸을 2020년 대선주자로 지지하는 해시태그 ‘#Michelle2020’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이 31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EPA=연합뉴스]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 '비커밍'이 31개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EPA=연합뉴스]

미셸의 인기를 보여주듯 지난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북 투어의 열기 역시 뜨거웠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레나에 모인 모두는 그녀를 사랑하고 존경했다”며 “북 투어가 더 이상 진짜 북 투어가 아닐 때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어렵지만, 이 행사는 확실히 달랐다”고 전합니다. 아레나 앞에선 관중들이 자발적으로 미셸 사진이 들어간 달력, 스카프와 미셸의 연설 DVD를 팔 정도였습니다.

“오바마 아내로 인지될수록 은근히 걱정”

자서전 '비커밍'을 출간한 미셸 오바마가 독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서전 '비커밍'을 출간한 미셸 오바마가 독자들과 직접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책은 출간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담겨 있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셸은 자서전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후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데 대해 “그 사실을 모르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에 출연해 여성출연자를 성희롱한 것 등을 언급하며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특히 여성들이 유례없이 자격이 출중한 여성 후보자(힐러리)를 놔두고 여성 혐오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을까 하는 의아함을 평생 간직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에 대한 비난은 일부일 뿐입니다. 미셸은 여성·흑인으로 자신이 겪은 고충과 고민,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조언을 자서전에 담았습니다. 그는 “내가 버락 오바마의 아내로 인지될수록 내 다른 면들은 남들의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어 은근히 걱정되기는 했다”며 “괴로웠다”고도 고백합니다. 또 “남편을 지원하긴 했지만 로봇이 될 수는 없었다”며 주체적인 면모를 강조합니다.

지난 17일 미셸 오바마가 자서전 '비커밍' 출간을 기념해 워싱턴에서 열린 북투어에 참석했다.[AP=연합뉴스]

지난 17일 미셸 오바마가 자서전 '비커밍' 출간을 기념해 워싱턴에서 열린 북투어에 참석했다.[AP=연합뉴스]

이어 미셸은 “흑인 사회에는 오래된 금언이 하나 있다.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잘해야 절반이라도 인정받는다'이다”고 전합니다. 또 미셸은 “성난 흑인 여자로 깎아내려졌다”, “백악관에 발 들인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로서 나는 거의 자동으로 이전 퍼스트레이디들과는 달랐다”고 자신이 겪었던 고충을 토로합니다.

그는 이 모든 고충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로 ‘품위’를 꼽습니다. 미셸은 자신이 2016년 대선전 남긴 명언 “상대가 수준 낮게 가더라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를 다시금 언급하며 “품위는 늘 우리를 버티게 해주었다”고 강조합니다. ‘막말’을 쏟아내는 트럼프와는 대조적인 이런 모습은 미셸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미셸 vs 힐러리 붙나..."정치 좋아하지 않아" 

지난 10월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셸은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대결에서 55% 지지율을 기록하며 트럼프(42%)를 앞질렀습니다. 미셸의 대선 출마설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셸이 2020년 대선주자로 나올 경우엔 전 대선주자였던 힐러리와 민주당 경선에서 붙어 ‘영부인vs영부인’의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합동유세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합동유세를 하고 있다.

하지만 미셸은 이 책에서 “확실히 대답해두겠다. 나는 공직에 출마할 의향이 없다. 전혀 없다. 나는 애초에 정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지난 10년의 경험으로도 그 생각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힙니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죠.

데이비드 악셀로드 전 백악관 수석 고문도 “미셸이 2020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내가 볼쇼이 발레단에서 공연할 확률과 같다”며 미셸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는데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미셸은 밖에 머물면서 정치를 구하길 원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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