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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 건축가 하디드의 유작 마카오 ‘모르페우스’ 구석구석 탐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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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코타이에 개장한 모르페우스 호텔. 철골 그물이 감싸고 있고, 건물 중앙부에 숨구멍이 뚫린 듯한 독특한 건축물은 천재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호텔이다. [사진 모르페우스]

마카오 코타이에 개장한 모르페우스 호텔. 철골 그물이 감싸고 있고, 건물 중앙부에 숨구멍이 뚫린 듯한 독특한 건축물은 천재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호텔이다. [사진 모르페우스]

지난 6월 개장한 호텔 ‘모르페우스(Morpheus)’는 마카오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다. 호텔을 여행지라 표현한 것은 투숙하지 않더라도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라는 의미에서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이라크 출신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설계한 건축물이며, 온갖 예술 작품을 품은 오픈 갤러리다. 건축투어, 아트투어 명소로도 손색없는 모르페우스 호텔의 볼거리를 소개한다.

세계 최초 ‘기둥 없는’ 호텔 

모르페우스는 세계 최초로 철골이 건물 외부에 노출된 건축물이다. [사진 모르페우스]

모르페우스는 세계 최초로 철골이 건물 외부에 노출된 건축물이다. [사진 모르페우스]

마카오반도와 다리로 연결된 코타이섬은 별세계다. 간척사업으로 별안간 등장한 대지에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호텔 컴플렉스가 모여 있다. 객실 수 3000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객실을 지닌 ‘마카오 베네시안’을 비롯해 포시즌스·세인트레지스 등 럭셔리 호텔이 집결한 곳이 코타이섬이다.
럭셔리 호텔이 모여 있는 코타이섬에서도 모르페우스는 눈에 띈다. 우선 외관이 그렇다. 흰 그물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건물 중간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건축 문외한이 봐도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은 파격적인 모양새다. 세상 어디에도 없던 유선형의 건물을 디자인한 인물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바로 그 건축가다.

하디드는 꿈을 관장하는 그리스 신 ‘모르페우스’와 이름이 같은 호텔 건축을 의뢰받았을 때. 정말 꿈같은 건물을 만들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이 호텔은 ‘기둥’이 없다. 철골을 세우고 벽과 지붕을 얹는 일반적인 건축방식을 따르지 않았다. 그물처럼 보이는 외부 철골 구조물이 40층 건물을 잡아당기는 구조다. 모르페우스 호텔을 지을 때 사용된 강철의 무게는 2만8000t. 에펠탑을 4개 지을 수 있는 양이다. 건물 외벽은 조각조각 강화유리로 연결됐는데, 그 면적을 모두 합하면 4만8000㎡에 달한다.

호텔 로비에서 올려다 본 천장. 삼각형 패턴은 모르페우스를 상징하는 이미지다. [사진 모르페우스]

호텔 로비에서 올려다 본 천장. 삼각형 패턴은 모르페우스를 상징하는 이미지다. [사진 모르페우스]

모르페우스의 기하학적인 패턴을 본따 만든 초콜렛 디저트. 로비 라운지 '피에르 에르메'에서 맛볼 수 있다. 양보라 기자

모르페우스의 기하학적인 패턴을 본따 만든 초콜렛 디저트. 로비 라운지 '피에르 에르메'에서 맛볼 수 있다. 양보라 기자

모르페우스를 제대로 보려면 밖에서 또 안에서 봐야 한다.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면 호텔의 안팎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건물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6대, 모두 12대가 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40층까지 올라가는 와중에, 건물 중앙부의 휑한 구멍이 보인다. 건물 중간중간이 뚫린 구조라 모르페우스 호텔에서 한 층을 온전히 쓸 수 있는 층은 3·21·30·40층밖에 없다. 효율성을 생각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설계였을 것이다. 아무 쓸모가 없어 보이는 텅 빈 공간이야말로 여백의 미며, 하디드의 상상력을 상징하는 듯했다.
로비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모르페우스의 명물인 파노라마 엘리베이터는 투숙객과 호텔 레스토랑 이용 고객만 이용할 수 있다. 3층에는 미쉐린이 사랑하는 프렌치 요리의 거장 알랭 뒤카스와 모르페우스의 협업 레스토랑 '알랭 뒤카스 앳 모르페우스'와 다이닝 바 '보야지 바이 알랭 뒤카스'가 있고, 21층에는 그날그날 셰프가 직접 고른 식재료로만 요리를 내는 중식 오마카세 레스토랑 ‘이’가 자리한다. 가장 예산이 적게 드는 장소는 바 ‘보야지’다. 칵테일을 즐기며 모르페우스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21개 미쉐린 스타 갖고 있는 프랑스 요리 거장 알랭 뒤카스. 모르페우스 호텔 7층 전체가 그가 꾸민 레스토랑이다. [사진 모르페우스]

21개 미쉐린 스타 갖고 있는 프랑스 요리 거장 알랭 뒤카스. 모르페우스 호텔 7층 전체가 그가 꾸민 레스토랑이다. [사진 모르페우스]

재벌가 미술품 소장고 엿보듯

호텔 곳곳에서 아트워크를 발견할 수 잇는 모르페우스. 양보라 기자

호텔 곳곳에서 아트워크를 발견할 수 잇는 모르페우스. 양보라 기자

마카오에 럭셔리 호텔이 모여 있는 이유는 하나. 카지노 사업 덕분이다. 마카오 카지노 사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스탠리 호(96)다. 2001년 마카오 특별행정자치구가 카지노 산업을 외국 자본에 개방하기 전까지 카지노 사업권을 독점했던 인물이다. 스탠리 호의 아들이 모르페우스 최대 주주 로렌스 호(42)다.
마카오 최고 부호의 아들로 자란 로렌스 호는 미술품 수집가로도 유명하다. 호는 자신이 아끼는 예술품을 호텔 곳곳에 전시해놨다. 그래서 모르페우스는 카지노 재벌의 소장고를 구경하는 듯한 재미도 따른다.

팝 아트 작가 카우스의 작품 '굿 인텐션'. 모르페우스 호텔 22층에 있다. 양보라 기자

팝 아트 작가 카우스의 작품 '굿 인텐션'. 모르페우스 호텔 22층에 있다. 양보라 기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세계적인 팝아트 작가 카우스(KAWS)의 작품 ‘굿 인텐션(Good Intentions)’이다. 카우스는 거대한 피규어를 만드는 예술가로 유명한데, 올 여름 서울 석촌호수에도 카우스의 시그니처 캐릭터 ‘컴패니언’ 아트토이가 둥둥 떠 있었다. 굿 인텐션은 석촌호수 피규어가 서 있는 버전이라고 봐도 좋다. 작품은 호텔 22층에 있는데, 22층은 엘리베이터로 갈 수 없다. 22층에 닿는 유일한 방법은 21층에서 계단으로 통하는 방법뿐이다.

프랑스 작가 찰스 페틸론의 ‘시간 당 공기 200㎥(200 Lit of Air Hour)' [사진 모르페우스]

프랑스 작가 찰스 페틸론의 ‘시간 당 공기 200㎥(200 Lit of Air Hour)' [사진 모르페우스]

카우스는 호텔 깊숙한 곳에 숨어 있지만, 누구나 오갈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에 있는 작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 작가 찰스 페틸론(Charles Petillon)의 ‘시간 당 공기 200㎥(200 Lit of Air Hour)'라는 설치 미술이다. 모르페우스 로비에서 시티오브드림스 쇼핑몰 통하는 길목에 자리했다. 지름 2m가 넘는 거대한 회색 풍선 10여 개가 6m 높이 천장에 붙어 있는 것 같다. 사실 풍선은 공기 중에 떠 있다. 천장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작품 이름처럼 풍선이 부력을 유지하려면 시간당 공기 200㎥가 주입돼야 한다. 작품 근처에 있으면 풍선에 바람이 빠지고 다시 바람을 넣는 소리가 들린다.

예쁜 인증샷을 찍고 싶다면 모르페우스와 시티오브드림스 카지노가 이어지는 복도로 향하라. 복도 한 쪽이 꽃 그림으로 채워졌고 그림 맞은편은 거울로 장식돼 꽃 터널 안에 있는 듯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꽃 그림 역시 모르페우스의 아트워크 중 하나로 마카오 현지 식물을 그린 일본 작가 신지 오마키의 작품이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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