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상 “개인청구권 소멸 안 했다” 첫 인정…“그래도 해결은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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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 [연합뉴스]

일본의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이 최근 국회에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한 것은 아니지만, 해결은 끝났다’는 식의 궤변을 편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일본 중의원 인터넷심의시스템을 보면 고노 외무상은 지난 14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구권 협정 제2조와 관련, 지난 1991년 8월 야나이 순지(柳井俊二) 당시 외무성 조약국장이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자체를 국내법적 의미로 소멸시킨 것이 아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고쿠타 게이지(穀田惠二) 일본공산당 의원이 의견을 묻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 정부가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고노 외무상은 개인청구권에 대해 소멸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개인 청구권을 포함한 한일 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이 끝났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청구권 협정 2조에선 양 국민간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되고, 청구권에 대해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다”면서 “청구권은 법적으로 구제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고노 외무상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지만 개인청구권 문제의 해결이 끝났다’는 궤변이 된 것이다.

고쿠타 의원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징용공의 한일청구권 협정에도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도 ‘국가간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도 피해를 본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고 반복해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측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한다는 입장에서 냉정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일본 정부는 과거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일본 외무성이 대외비로 작성했다가 2008년 공개됐던 내부 문서에서도 “한일청구권 협정 2조(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는 개인이 상대국 국내법상의 청구권을 갖는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선 이와 관련한 언급 자체를 피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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