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 실망한 국민들 한나라당·우파 실력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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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낡은 이념의 덫'에 걸려 있고, 한나라당은 '작은 이익의 덫'에 걸려 있습니다."

중도 보수적 시민단체인 선진화국민회의 공동상임위원장 박세일(얼굴)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보수진영이 자만할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보수의 울타리를 좀 더 낮추고 진보의 건전한 문제제기를 포용할 것을 요구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그는 "정부.여당에 실망한 국민이 한나라당에서 상대적 안정감을 느꼈을 뿐이지 구체적인 비전과 희망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지방선거의 흐름이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보수와 진보진영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며 "이제 한나라당의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한나라당과 한국 우파의 실력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자유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우파들의 앞에 놓인 시험대입니다."

그는 또 선거 이후 정계개편이 사람과 지역 중심이 아니라 정책과 이념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치 지도자들이 사욕(私慾)을 버리고 이념과 가치, 정책과 비전이 비슷하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 정부와 여당이 지역감정 해소와 분배.양극화 문제 해결 등에 관심을 가진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의 해결 방식이 21세기적이 아니라 낡은 이념에 얽매여 있는 것"이라며 "진보적 문제제기에 대해 보수가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해야 국민의 지지를 계속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1세기는 합리적 진보의 등장을 요구하고 있어요. 세계화와 지식산업화의 흐름을 수용하고, 성장을 통해 분배와 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보세력이 나와서 열린 보수와 정책 경쟁을 벌이는 시대가 와야 합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의 압승 배경엔 뉴라이트(신보수)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역사.교육.양극화 문제 등과 관련, 정부.여당의 관점을 비판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방자치단체장을 견제할 지방의회까지 한나라당이 싹쓸이한 쏠림 현상에 대해선 우려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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