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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약속없어" 美 "포함사항"···北 미사일 폐기 해석 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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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기로 약속했는지를 두고 한·미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북한이 미신고(undeclared)된 미사일 기지를 계속 운용하고 있다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오전 “북한은 미사일 폐기 의무 조항을 담은 어떤 협정도 맺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가 CSIS 보고서를 근거로 “북한이 그간 대규모 기만 전술(great deception)을 펼쳐 왔다”고 보도한 데 대해 김 대변인은 “북한이 이 미사일 기지(보고서에 등장하는 삭간몰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기만은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또 ‘미신고’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북한이 신고해야 할 어떤 협상이나 협약이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신고의 주체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북한이 기만할 게 없다. 단거리 미사일 폐기, 미사일 기지 폐쇄를 약속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폐기 약속 놓고 #청와대 “북 어떤 협정도 안 맺어” #미국 “김정은 약속에 포함된 것” #외교부선 “언급하지 않겠다”

반면 미국 국무부의 해석은 달랐다. 12일(현지시간) CSIS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미국의소리(VOA) 질의에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가 한 약속을 지켜야 북한과 주민들 앞에 훨씬 더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 약속에는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the elimination of ballistic missile programs)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와 별도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폐기라는 답변은 단순한 미사일 시험 발사의 중단을 넘어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이미 생산한 미사일 탄두, 부품, 시설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때 약속했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기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의 일부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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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예정됐던 북·미 뉴욕 고위급회담이 전격 연기된 뒤 양측 간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비핵화의 이슈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면서 북핵 협상엔 악재가 될 전망이다. 미국을 향해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해 왔던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에 대해 ‘단계적·동시적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한·미가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는 듯한 조짐이 등장하자 정부는 말을 아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CSIS 보고서와 관련한 질문에 “미국의 민간 연구단체의 분석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폐기와 관련해 한·미 간 입장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유지혜·강태화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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