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대화 나서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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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미국, 외교적 해결 강조=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으나 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게 중요하고,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수준에서 중단하면 즉시 협상 테이블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우라늄을 사용한 핵 활동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중단하면 미국은 즉각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EU) 3개국과 함께 이란 대표단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도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며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미국과 이란의 경제협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의 커다란 외교적 전환"이라며 "라이스 장관의 영향이 컸다"고 보도했다.

◆ 넘어야 할 산 많아=이란의 태도는 일단 분명하다. 모타키 외무장관은 "공정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대화는 환영하지만, 우리의 (우라늄 농축) 권리에 대해선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관영 IRNA통신은 미국의 제안을 "선전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이란은 내심 미국과의 대화를 원해왔다. 유럽과의 핵협상 타결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미국과 직접 대화해 불가침 선언 등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8일 부시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이 협상에 참여해 미-이란 관계가 개선되기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왕광야(旺光亞)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환영할 만한 제의"라며 "조건을 붙이지 않았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카이로=이상일.서정민 특파원

<미국-이란 관계 일지>

▶1979년=친미 팔레비 국왕 해외 망명, 호메이니 이슬람 정권 수립

▶1980년 4월=미국, 이란과 외교관계 단절

▶2002년 1월=부시 대통령, 이란을 북한.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

▶2003년 6월=이란, 우라늄 농축 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 핵사찰 허용

▶2005년 6월=반미 정치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당선

▶2006년 1월=이란, 우라늄 농축활동 재개 선언

▶2006년 4월=미 언론,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 보도

▶2006년 5월=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외교 실패 비판하는 서한

▶2006년 5월 31일=부시 대통령, 이란과의 핵협상 용의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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