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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SF 속 진짜 과학 33화. ‘딥 임팩트’와 혜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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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의 존재를 미리 알아채고 혜성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 '딥임팩트'.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의 존재를 미리 알아채고 혜성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 '딥임팩트'.


멸망의 징조 혜성이 보여주는 미래

어느 날 망원경을 보던 한 소년이 놀라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늘 저편에 무언가가 생겨난 것이죠. 새로운 천체를 발견한 것을 기뻐한 소년은 선생님께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기뻐할 수만은 없었죠. 왜냐하면 그 천체는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거든요. 시간은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지구에 충돌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지름 11km에 달하는 거대한 혜성(살별)이… 인류는 2년 뒤의 충돌을 막고자 총력을 기울입니다. 과연 작전은 성공할까요?

1998년에 나온 영화 ‘딥 임팩트’는 인류 문명을 멸망시키기에 충분한 혜성과의 충돌을 막아내려는 이야기입니다. 혜성 충돌을 앞두고 벌어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피소를 만드는 한편, 혜성이 지구에 도달하기 전에 파괴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최첨단 기술이 동원되어 만들어진 우주선이 혜성을 향해 날아가죠. 그런데 정말 혜성이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을까요.

오랜 옛날, 과학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 하늘의 움직임은 예측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질서였어요. 아침에 해가 뜨고 밤에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고, 달이 일정한 주기로 크기가 달라지고, 겨울에 어떤 별자리가 뜨고…원인과 결과를 연결하기 좋아하고, 무엇이든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천문의 변화는 매우 중요한 자연의 질서였죠. 혜성은 바로 그 같은 질서를 깨뜨리는 무서운 존재였어요. 어느 날 갑자기 본적도 없는 별이, 그것도 꼬리를 달고 나타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꼬리가 커지고 더 밝아지더니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죠. 여기에는 그 어떤 질서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혜성은 오래전부터 불길한 상징이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혜성도 일종의 주기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실제로 에드먼드 핼리라는 천문학자가 예측한 혜성이 그가 예언한 때에 다시 나타났죠. 핼리는 이미 죽은 뒤였지만, 혜성에는 그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처럼 혜성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1900년에는 지구가 핼리혜성의 꼬리를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이 공황에 빠지기도 했어요. 혜성의 꼬리를 지나는 순간 공기가 사라진다거나, 독가스가 밀려온다면서 그동안 숨 쉴 수 있도록 자전거 타이어를 엄청나게 사들인 사람도 있었죠. 혜성은 저 멀리 태양계 외곽에서 날아오는 천체입니다. 주로 얼음과 돌로 되어 있으며, 어쩌다가 중력에 이끌려 태양 쪽으로 날아오게 되죠. 태양에 다가갈수록 얼음이 녹으며 여러 가지 물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꼬리를 형성하면서 우리가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눈으로 보기에 너무 작고 멀지만, 때로는 매우 크고 장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있어요.

태양에 다가갈 때 혜성은 매우 크게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단지 먼지와 얼음이 넓게 퍼져서 커 보이는 거죠. 구름 같은 느낌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러니 혜성의 꼬리를 지나더라도 대기가 날아가거나 할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1994년 슈메이커-레비 9혜성이 목성에 충돌했을 때, 그 흔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했죠. 태양 다음으로 큰 목성에 뚜렷하게 흔적을 남겼으니까요. 사람들은 6000만 년 전 공룡이 멸망한 원인이 거대한 운석이나 혜성이 충돌한 결과라고 말하며 무서워했죠. 지름 11km라면 지름 6400km의 지구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지구에 떨어지면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죠. 불길이 일어나 지구 전역을 휩쓸고 해일이 전 세계를 뒤덮게 됩니다. 낮은 지역 대다수 사람이 사망하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이후에 다가올 황량한 삶과 싸워야 하죠. 바닷물이 휩쓸고 간 땅은 염분이 가득해 농사도 어려울 것이고, 충돌 순간 퍼져나간 먼지와 타버린 연기가 하늘을 뒤덮으며 햇빛을 가립니다. 오랜 겨울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겠죠. ‘딥 임팩트’에서 사람들은 그 같은 상황을 피하고자 총력을 기울입니다. 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인류는 살아남지만, 그 피해는 적지 않았죠. 혜성은 그처럼 무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혜성이 반드시 인류에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세계에 생명체를 가져다준 원동력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오랜 옛날 지구와 충돌한 혜성이 물을 가져와 바다를 만들었고, 혜성에 있던 유기 물질이 생명체의 원형이 되었다고 말이죠. 옛이야기에서 혜성이 불길한 징조인 동시에 상서로운 징조로 받아들여지듯, 빛과 어둠의 양면을 가진 거죠. ‘딥 임팩트’에서도 혜성이 수많은 이를 죽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서로를 보게 했듯이 말이죠. 언젠가 혜성이 화성이나 그 밖의 다른 천체를 개척할 때, 아니면 거대한 우주 도시를 건설할 때 혜성은 귀한 물 공급 수단이 될지도 모릅니다. 일찍이 지구에 물을 가져왔듯이 화성에 충돌시켜 바다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런 만큼 우리의 안전과 밝은 미래를 위해 혜성을 더욱 열심히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글=전홍식 SF & 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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