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속 밀리는 애플, 중국 없이 괜찮을까

중앙일보

입력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처음으로 출하량 순위가 3위로 하락했다. 애플을 밀어낸 중국의 화웨이는 10월 말 출시한 메이트20 시리즈가 판매 시작 8초만에 1억 위안(약 163억 원)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출하량에서 중국 빼도 화웨이에 밀려 #관세 타격 피하려 공장 베트남 이전 고려중

화웨이의 글로벌 점유율 증가는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애플 역시 최근 몇 년 간 중국 내 점유율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 강자다. 애플 입장에서도 중국 시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가 애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애플은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으며, 공급라인이 이전보다 위축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역전쟁 속, 애플은 중국을 잃어도 괜찮을까.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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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최신폰 불티, 아이폰은요?

10월 26일, 화웨이는 공식 웨이보에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20 시리즈가 공식 온라인 매장 화웨이상청(华为商城 VMALL)에서 8초만에 1억 위안(약 163억 원) 판매고를 기록했다” 는 자축의 멘션을 올렸다. 오프라인 매장 주변에는 메이트 시리즈를 예약 혹은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메이트20 시리즈는 화웨이가 10월 16일 런던에서 처음 선보인 신제품으로, P20 시리즈에 이은 화웨이의 하반기 야심작이다. 자체 개발 칩셋 '기린980'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트리플 카메라, 디스플레이 지문 센서 등 최고 사양을 갖춘 제품으로 가격은 100만 원대를 호가한다.

[사진 화웨이 웨이보]

[사진 화웨이 웨이보]

같은 날, 애플은 중국 내 신상 스마트폰 아이폰 XR을 출시했다. 그러나 화웨이에 비해 다소 미지근한 반응이 돌아왔다. 아이폰 XS가 첫선을 보이던 그날처럼 뜨거운 반응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애플 스토어 입구는 사뭇 한산했다.

아이폰 XR은 중저가로 나온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역대 최고가 시리즈라 불리는 아이폰 XS와는 기능과 사양면에서 적잖이 차이가 난다.

"눈높이가 높아진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이상 AI기능이 없거나 카메라 사양이 낮은 제품은 프리미엄폰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며, "이것이 바로 오포(OPPO)나 화웨이의 신제품이 애플 아이폰보다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라고 현지 매체들은 분석했다.

[사진 화웨이상청, 셔터스톡]

[사진 화웨이상청, 셔터스톡]

글로벌 출하량에서 중국을 빼면?

지난 2분기 화웨이가 처음 아이폰 출하량을 제쳤을 때, 화웨이 판매량에서 중국 시장을 빼면 별것 아닐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도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중국 시장 비중이 큰 업체 중 하나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18년 상반기(1분기~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1~2분기 각각 5220만 대와 4130만 대, 화웨이는 3930만 대와 5420만 대를 출하했다. 1~2분기 총합은 양사가 9350만 대로 동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웨이는 올 상반기 P20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2분기 출하량이 대폭 늘었고, 애플을 추월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 [사진 IDC]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 [사진 IDC]

이번에는 중국 로컬 스마트폰 시장을 살펴보자. 2018년 상반기 중국 시장 출하량 1위는 3813만대를 기록한 오포(OPPO)였다. 애플(3211만대)과 화웨이(3057만대)는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애플의 중국 시장 내 출하량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2018년 상반기 애플 아이폰 글로벌 출하량(9350만대) 가운데 중국이 3211만대였고, 화웨이는 전체 9350만대 중 3057만대가 중국에서 출하됐다. 중국 시장을 빼더라도 애플의 글로벌 출하량은 3169만대로, 결코 화웨이보다 많지 않다. 다시말해 올해 상반기 수치만 놓고 봤을 때 애플 아이폰은 중국 시장과 상관없이 글로벌 3위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3분기에도 화웨이가 시장 점유율 14.6%로 3위 애플(13.2%)을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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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애플 CEO 팀 쿡은 미국무역대표부에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기업 및 소비자가 타격을 입는다"며, 관세 보복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은 미국 기업이지만, 조립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국산으로 분류되며, 관세가 부과될 경우 애플 제품의 가격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무역전쟁이 지속되자, 애플이 관세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 위해 현 중국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심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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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OUT, 다음은 애플?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이 양강구도를 유지하던 시대가 있었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는 노트7 폭발사고와 사드 정국으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애플도 예외일 수는 없다.

과거 중국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을 선호했던 이유는 토종 브랜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능과 프리미엄 이미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화웨이 등 토종 브랜드에서도 아이폰에 필적할만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는 지금,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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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출시된 아이폰X, XS 시리즈는 최고 사양인 것을 고려하더라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화웨이는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20 시리즈 중국 출고가를 해외보다 최대 30만원 저렴하게 책정해 자국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속 애플은 기로에 놓여있다. 애플에게 중국은 최대 시장이자 생산 거점이다. 또 다른 혁신으로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붙잡을 것인가. 가격 압박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애플의 대처법이 주목된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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