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양양 포매리 백로·왜가리 서식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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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심기가 끝난 논이며 개울을 바지런히 헤집던 왜가리와 백로가 먹이를 낚아채고선 이내 날아오릅니다. 그 자리에서 먹이를 삼키지 않고 부리에 문 채 날갯짓을 서두르는 것을 보면 필시 어딘가에 둥지를 틀어 새끼를 치고 있을 겁니다.

어미란 게 원래 제 굶주림보다 자식 주린 배를 먼저 돌보는 법이니까요. 어미가 큰 깃을 활짝 펴고 둥지를 맴돌자 제 어미를 알아본 새끼들은 앞 다투어 부리를 하늘로 쳐들고 깍깍거립니다.

세 놈 중 가장 우악스럽게 우는 놈이 매번 먹이를 차지합니다. 골고루 나누어 주지 못하는 어미가 미련해 보이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론 험난한 세상을 살아남는 생존법칙을 가르치려는 것도 같습니다. 사람들의 세상살이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듯합니다.

"한창 많을 땐 2000마리가 넘게 찾아 와 논바닥에도 하얗게 깔렸더래요. 고놈들 꼭 어린 모만 밟고 다녀 속 꽤 끓였었는데, 요즘은 자꾸 줄어드니 많이 섭섭해요. 그만큼 환경이 나빠졌다는 게죠. 평생 백로 왜가리를 보며 더불어 살아온 마을농부들도 농사에 성가신 것보다 차츰 줄어드는 놈들이 적잖이 안타까운가 봅니다.

사진 입문 시 '일출과 일몰 사진을 제외하고 렌즈가 한낮의 해를 향하지 말라'는 원칙을 들은 적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예외없는 원칙은 없습니다. 피사체와 해를 일직선에 놓고 밝은 해에 노출을 맞추어보세요. 해의 주변부는 암흑으로 변하면서 피사체만 실루엣으로 단순하게 표현됩니다.

이 상태에서 노출을 더 주거나 덜 주면, 해 주변의 밝은 부분이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하니 피사체 크기에 따라 노출을 조절하면 됩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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