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 세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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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신병은 그 종류가 무려 1백64가지나 된다. 미국에서 공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정신장애 분류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그 종류는 늘어만 간다. 동성애, 마약에 의한 환각, 약물남용에서 오는 정신장애는 여기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정신장애의 주류는 정신분열증이다. 이런 환자는 망상이나 허황된 믿음, 환각 등에 빠져 있다. 또 하나정신장애의 주류는 조울증이다. 정서가 안정되어 있지 않을 때 나타나는 증세다. 일종의 기분 병이다.
정신병은 왜 생기는 것일까. 「F·라이히만」이라는 정신분석학자는 『정신분열증을 만드는 어머니』라는 저서로 많은 부모들에게 충격을 준 일이 있다. 대체로 이런 내용이다.
어머니는 흔히 자기 주장을 너무 내세우고, 간섭이 심해 아이의 개성과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어머니는 결국아이가 무엇을 진심으로 원하고 기대하고 있는지를 모른다.
또 이런 어머니도 있다.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 사이에 모순을 드러내는 경우. 사람은 말아닌 눈짓이나 얼굴 표정으로 의사를 나타내는 때가 있다. 바로 어머니의 눈짓이나 표정이 실체의 말과 모순을 이룰 때 그것을 보는 아이는 심리적 갈등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너무 엄격하고 전혀 믿음이 가지 않으며 원리원칙이 없는 어머니, 그리고 세상 일에 패배하거나 지나치게 전제적인 아버지, 이런 경우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병을 집안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루아침에 흥망이 교차하고, 세상의 법도와 순리가 어이없이 무너질 때 정신이 멀쩡한 사람들도 머리가 핑핑 돈다. 이런 때 허탈과 갈등을 느낀다.
일찌기 고대 그리스의 「아우구스티누스」는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절제와 용기, 지혜, 정의, 그리고 신앙과 희망, 사랑의 덕목을 갖춘 사람을 지적했다. 이처럼 정서가 안정되면 정신병과는 거리가 멀다.
요즘 국립정신병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년 사이에 이 법원을 다녀간 환자수가 무려 67·7%나 늘었다. 그중 고졸이상 고학력자가 65%였다. 우리 세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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