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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프·광군제 맞서라…온라인쇼핑 '11월 파격 세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5일 오전 11시 정각에 온라인쇼핑몰 위메프의 '블랙 1111 데이' 쇼핑 코너가 열렸다. 개시 16초 만에 5만9111원 하는 캐시미어 코트 130개가 팔렸다. 이 코트의 정가는 29만원. 또 19만원에 팔리던 애플 에어팟을 11만1111원에 팔자 개시 1분 38초 만에 500개가 매진됐다. 11일까지 진행되는 '블랙1111'은 오전·오후 11시에 특정 상품을 대폭 할인해 한정된 수량만 선착순으로 파는 행사다.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인생 득템을 했다" "나보다 더 빠른 '광클(빛의 속도로 무한 클릭)'이 있다니…"식의 유쾌한 댓글이 잇따른다. 구매에 성공하면 득의양양해 하고, 구매를 놓친 사람은 분해하며 다음 기회를 벼른다. 이승진 위메프 이사는 "이번 행사 중 1일에만 약 480억 원어치가 거래돼, 하루 거래액으로는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가 특정 시간에 한정된 상품을 대폭 할인해 선착순 판매하는 한정 초특가 상품이 매진행렬중이다.

소셜커머스가 특정 시간에 한정된 상품을 대폭 할인해 선착순 판매하는 한정 초특가 상품이 매진행렬중이다.

11월 들어 온라인에서 '광클' 경쟁이 한창이다. 11월이 최대 온라인쇼핑 시즌으로 부상하면서다. 쇼핑몰은 광클을 잡기 위해 '폭탄세일'을 내세우고, 고객들은 '더 싼 곳'을 찾아 스크린을 넘긴다.

유통가에서 11월은 추석과 성탄절·연말연시 사이에 '낀 달'로 치부되는 전통적인 비수기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23일)와 중국의 광군제(光棍節·11일)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휴대전화나 컴퓨터로 각각 터치 몇 번, 클릭 몇 번이면 물건을 살 수 있는 국경 없는 쇼핑시대가 열린 게 배경이다.

이진원 티켓몬스터 부사장은 "남의 나라 잔치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두고만 볼 수 없었다"며 "해외 직구족 수요를 국내로 흡수하기 위해 판촉행사에 나서던 업체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반값 세일'을 내세우는 미국·중국의 쇼핑주간에 맞서 국내 온라인쇼핑몰들이 맞불을 놓기 시작하면서 11월이 최대 쇼핑시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적 요인이라면 11월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수험생을 겨냥한 유통업계의 마케팅, 혹한 예보에 패션업체들이 겨울의류 세일을 앞당긴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실제로 11월의 쇼핑 액수도 최근 꾸준히 증가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11월의 온라인쇼핑액이 7조5850억원을 기록하며 12월 쇼핑액(7조5311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올해 온라인 쇼핑업계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역대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서다. 각 쇼핑몰의 할인행사에 참여하는 브랜드 수가 늘었고, 할인 폭이 커졌기 때문이란 이유다.

먼저 소셜커머스로 분류되는 쿠팡과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은 특정 시간대를 겨냥한 한정 초특가 상품에 명운을 걸고 있다. 초특가 상품으로는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가전부터 가성비를 앞세운 영화 티켓이나 외식 상품권 등 다양하다. 정오부터 오후 3시 사이에 펼쳐지는 티몬의 타임어택을 이용하면 시가 45만 원짜리 LG전자 울트라 PC(14U380-EU1TK)를 9만9000원에 살 수 있는 식이다.

여기에 오픈마켓의 라이벌로 꼽히는 11번가와 이베이도 올해는 물량전으로 제대로 맞붙었다. 11번가는 지난 1년간의 고객 수요와 반응 등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역대 최대인 1638개 브랜드의 특가상품을, G마켓과 옥션은 1000만여 개의 상품을 최대 70% 싸게 판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가세했다.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은 이마트는 이마트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한 '블랙이오' 행사를 28일까지 한다. 롯데마트 역시 한우 등을 40% 싸게 팔고, 엘롯데는 프라다·버버리 명품 브랜드 상품을 최대 60%씩 할인판매를 한다.

비수기였던 11월에 온라인 판매가 증가하면서 내수를 진작시키는 건 다행이지만 마냥 반길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 백화점이나 거리에 있는 로드샾 매출은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패딩 점퍼를 산 사람이 백화점이나 로드샾에서 또 패딩점퍼를 구매하진 않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소비침체기에 온라인에서라도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온라인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많은 오프라인 매장이 위축돼 고용감소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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