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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용 사건’ 박정기 前 한전 사장, 45년 만에 "전역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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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소장)등 관련 피고인 10명이 군사재판을 받는 모습. 윤 전 소장을 비롯해 당시 이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받았던 관계자들은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1973년 윤필용 전 수도경비사령관(소장)등 관련 피고인 10명이 군사재판을 받는 모습. 윤 전 소장을 비롯해 당시 이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받았던 관계자들은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중앙포토]

1970년대 '윤필용 사건' 당시 불법 고문에 시달린 끝에 강제 전역한 육군 예비역 중령에게 법원이 부당한 전역이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소멸시효가 끝나 손해배상은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로 45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주인공은 박정기(83) 전 한국전력공사 사장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조미연 부장판사)는 박 전 사장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보안사 소속 조사관들의 강요, 폭행, 협박으로 전역지원서를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만 37세였던 박 전 사장이 중령이라는 계급을 두고 자진해 전역을 지원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보안사 조사관들의 폭행과 강요에 의해 강제 전역 처분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이 술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후계 문제를 거론했다가 쿠데타 모의로 번져 윤 전 소장과 군 간부들이 강압 수사를 받은 일을 말한다.

1958년 소위로 임관했던 박 전 사장은 중령으로 진급한 뒤 제722포병대대장으로 근무 중 윤필용 사건에 연루됐다.

박 전 사장은 당시 윤 전 소장과 함께 근무한다는 이유로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압송돼 조사관들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했다. 그는 보안사 조사관들로부터 윤 전 소장과의 관계, 하나회 명단 등에 관해 조사를 받은 뒤 전역지원서를 쓸 것을 강요당했고, 이를 거부하자 구타와 협박을 당해 공포감 속에 강제로 전역지원서에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고려해 전역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원고는 만22세의 나이에 소위로 임관해 전역 당시 만37세로 계급은 중령이었다"며 "원고가 자진해 전역을 지원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박 전 사장과 함께 서빙고 분실로 연행돼 같은 조사를 받은 증인들의 증언도 근거가 됐다. 재판에서 증인은 당시 보안사 대공처장으로부터 "박 중령도 잡혀 왔다. 견디기 힘들 것이다. 군생활 여기서 끝나지 않나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또 "윤 전 소장을 비롯해 당시 이 사건에 연루돼 처벌을 받았던 관계자들이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며 "피해자들이 보안사 조사관들로부터 고문 등의 가혹 행위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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