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쓰면 누가 동조하겠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김광웅씨(서울대 행정학과교수)=농민들이 폭력적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5공화국이래 있는 자에겐 관대하고 없는 자에 대해서는 엄격히 적용된 정부의 법 집행의 불균형과 해외 지향적 공업화정책에 따라 엄청난 희생을 농민에게 부담지웠던 농정의 부재가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상황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방화와 죽창까지 사용하는 폭력시위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을 농민들은 잘 알아야할 것이다.
▲한민정양(21·연세대사회사업학과 2년)=농민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주장을 펴는 것은 좋으나 흥분한 상태에서의 과격한 폭력시위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나 정치인들도 선거때의 공약을 지켜 농촌문제의 구조적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김수영씨(29·회사원·서울여의도동미성아파트)=농민들의 주장에 일리는 있으나 같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간이노점을 불태운다든지, 시민들의 자동차에 방화하는 등의 폭력시위는 자제해야할 것이다. 과격시위는 국민들로 하여금 농민들에게 등을 돌리게 할 것이다.
▲이호선씨(30·회사원·경기도 미금시 도농동29의2)=농민들이 고추파동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번의 과격시위는 매우 유감스럽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차에 돌을 던지고 취재차량에 불을 지르는 단순분풀이로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시민들까지 적으로 몰면 농민운동의 정당성은 상실하게 될 것이다.
▲김성원씨(34·평화시장상인·서울 장안동151)=과격시위와 강경 진압의 악순환은 이젠 그만두어야한다. 농민들의 고통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정부의 농정실패에 대해서는 나도 함께 성토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죽창까지 동원해 시위한다면 누가 동조해주겠는가.
▲임창불씨(31·여의도동K사 직원)=한마디로 상상도 못했던 아비규환이었다. 농민들이 죽창까지 들고 몰려다니며 지나가는 자동차에 돌을 던지고 기물을 파괴하며 방화하는 놀라운 광경을 동료직원들과 함께 회사옥상에서 지켜보며 모두들 분개했다. 자기주장을 위해 집단 폭력으로 질서를 파괴하며 남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최근의 시위가 이날처럼 눈에 거슬린 적이 없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질서의식이 갈수록 망각되는 것 같아 불안하고 답답하다.
▲김명환씨(30·회사원)=시위가 있다는 것을 들었으나 이렇게까지 과격한 줄은 몰랐다. 항상 농민편이라고 생각해온 사람으로서 안타깝기만 하다.
▲정금희씨(38·서울여의도동 광장아파트)=아이가 이 모습만을 보고 농민에 대해 일방적인 반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농민의 실상을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꼭 이런식으로 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간다.
▲이제선씨(32·영동세브란스병원 의사)=경제개발과정에서 노동자·농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요구사항이 아무리 정당하다하더라도 민간차량에까지 불질러 뒤집어엎는 등의 과격시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제 우리도 개인이나 집단의 주장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표시하는 성숙된 시위문화가 정착되어야할 것이다.
▲오엽녹씨(29·회계사·서울 고덕동 주공아파트246의508)=전쟁을 방불케 하는 극한적 상황을 띠는 오늘의 시위현실이 안타깝다.
그동안 정부당국의 농정부재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받아온 농민들의 아픔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런 농민이나 노동자·학생 등 사회 각 계층에서도 이젠 국민 대다수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폭력적 의사표현은 자체해야 할 것이다.
▲배기석씨(32·회사원·서울 불광동25)=농민들의 폭력시위가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러 했던 군사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농민들이 이제까지 고통을 받아온 점은 이해하지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주장하는 선을 넘어 폭력으로 요구를 관철하려는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폭력시위는 또 다른 폭력을 자초하는 것일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