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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17도 시대…알코올도수 1년에 0.2~0.3도씩 낮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알코올도수 17.2도 이하의 소주가 대중화하고 있다. 소주의 알코올농도는 1년에 0.2〜0.3도씩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키스컴퍼니, 17.2도 '이제 우린' 출시 #2005년 20도…이젠 16.9~17.2도 대세 #소주업계 "16도 이하로도 낮아질 것"

맥키스컴퍼니 연구소에서 이용우 박사가 소주 제조 실험하고 있다. [사진 맥키스 컴퍼니]

맥키스컴퍼니 연구소에서 이용우 박사가 소주 제조 실험하고 있다. [사진 맥키스 컴퍼니]

충청권 대표 소주 회사인 맥키스컴퍼니는 신제품을 만들어 지난 1일부터 시판에 나섰다. 제품 브랜드는 10년 동안 유지해오던 ‘O2린’ 대신 ‘이제 우린’으로 바꿨다. 맥키스컴퍼니의 조웅래 회장은 “’이제 우린’은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즐거운 일을 더 많이 만들어 함께 한다는 다짐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우린’의 가장 큰 특징은 알코올도수를 17.8도에서 17.2도로 0.6도 낮췄다는 점이다. 제품을 개발한 맥키스컴퍼니 연구소 이용우(43) 박사는 “부드러운 소주를 선호하는 젊은 층의 트렌드에 맞췄다”며 “이 제품은 소주 특유의 쓴맛이 없고 감칠맛이 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맥키스컴퍼니가 새로 출시한 17.2도 소주 '이제 우린'.

맥키스컴퍼니가 새로 출시한 17.2도 소주 '이제 우린'.

맥키스컴퍼니가 17도 초반의 소주를 출시함에 따라 대중 소주는 이제 알코올도수 16도 후반에서 17도 초반 시대를 맞았다. 롯데주류는 지난 4월 ‘처음처럼’ 도수를 17.5도에서 17도로 0.5로 낮췄다. 또 하이트진로 역시 비슷한 시기에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7.2도로 0.6도 낮춰 판매하고 있다. 무학과 대선주조는 각각 16.9도의 소주를 선보이고 있다.

전국에 시판 중인 소주(파란색 병)는 대부분 2005년 무렵 20도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13년만인 올해까지 3도 이상 낮아졌다. 맥키스컴퍼니 제품은 2004년 20.5도, 2007년 19.5도, 2011년 19.2도였다. 그러다가 4년 전인 2014년에는 17.8도로 급격히 떨어졌다. 다른 회사 제품도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다.

대전시내 한 음식점에 전국 소주가 비치돼 있다. 김방현 기자

대전시내 한 음식점에 전국 소주가 비치돼 있다. 김방현 기자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하면서 대중적인 소주를 만드는 회사는 전국에 10곳이 있다. 하이트진로(참이슬·서울, 경기), 롯데주류(처음처럼·강원), 맥키스컴퍼니(이제 우린·대전, 충남), 충북소주(시원한 청풍·충북) 등이다. 충북소주는 롯데주류가 2011년 인수했다. 또 하이트소주(하이트·전북), 보해(잎새주·전남), 금복주(참소주·대구), 무학(좋은데이·대구), 대선(C1·부산), 한라산(제주)의 한라산소주 등이다.

업계에서는 소주 알코올도수가 더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맥키스컴퍼니 연구소 이용우 박사는 “소주 알코올도수는 소비자 취향에 많이 좌우된다”며 “흐름으로 볼 때 16도 이하로도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박사는“다만 도수가 계속 낮아지면 소주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어렵고 정체성에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며 “소주 맛을 유지하면서 도수를 낮추는 기술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맥키스컴퍼니는 이번 신제품을 내놓기까지 1년 정도 연구했다고 한다. 알코올도수를 0.1도 단위로 서로 달리 만든 제품으로 직원과 일부 소비자 상대로 블라인드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한 사람이 같은 소주를 1주일 이상 마시는 방법으로 테스트한다. 이 박사는“날마다 컨디션에 따라 맛을 달리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주에는 올리고 당, 자일리톨 등 5〜6가지 미량의 첨가물이 들어간다. 소주 원료인 주정(酒精)의 질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소주. [중앙포토]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소주. [중앙포토]

불에 태운 술이라는 의미를 가진 소주는 고려 충렬왕 때(1277년) 몽골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몽골군이 일본 정벌을 위해 몽골의 대본당(大本堂)이 있던 개성, 전초기지가 있던 안동, 전진기지가 있던 제주도 등에서 소주를 빚기 시작한 게 시초다. 안동소주가 유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희석식 소주의 대명사인 진로소주는 1924년 평남 용강에서 ‘진천양조상회’를 설립하고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소주병 라벨에는 원숭이가 그려져 있었다. 원숭이는 생김새가 사람과 비슷하고, 술을 즐기는 기이한 짐승이라 해서 서북지역에서 복신(福神)으로 추앙받은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6.25전쟁 후 진로소주가 서울에 자리 잡으면서 두꺼비로 바뀌었다. 서울에서는 원숭이를 속임수와 교활한 동물로 여겨서였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두꺼비'의 주인공이 발탁됐다.

증류주인 소주는 1919년 희석식 소주로 바뀌었다. 알코올도수는 시대 상황에 맞게 변했다. 조선 시대는 45도 정도였다가 1924년 35도, 1965년 30, 1973년 25도, 1998년 23도 등으로 낮아졌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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