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이 진행된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는 모두 21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첫 박수는 문 대통령이 “세계가 우리의 경제성장에 찬탄을 보냅니다. 우리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질만합니다“라고 말한 부분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연설 서두에 “국민의 노력으로 우리는 잘살자는 꿈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 그러나 함께라는 꿈은 아직 멀기만 하다”면서도 한국의 경제 성과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했다.
30여 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우리는 함께 잘 살 수 있다” “접경지역은 위험지대에서 교류협력의 지대로 탈바꿈할 것이다” “민생법안에 대해 초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재정이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예산으로 편성했다” 등의 대목에서 박수가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이었다. 남북 교류협력과 평화 관련 언급이 나올 때는 민주평화당 등 일부 야당 의원들도 박수를 보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가 십수 차례 이어지자 웅성대기도 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검은색 상복과 ‘근조(謹弔)’ 리본을 착용하고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는 피켓과 현수막으로 침묵 시위를 벌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여당에서 나오는 박수가 마땅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이날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우리’(44회), ‘국민’(28회)이었고, 그 뒤를 ‘경제’(28회), ‘지원’(27회), ‘성장’(25회), ‘함께’(25회)가 이었다. “470조 5000억 원 규모로 올해보다 9.7% 늘린 예산으로 경제 성장을 이뤄내 함께 잘 사는 포용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메시지가 단어 선택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69회) ‘우리’(42회) ‘경제’(39회) ‘지원’(26회) 순으로 많이 언급했던 지난해 예산안 시정연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성장’(16회) ‘함께’(13회)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보다 많은 의원과 악수를 했다. 본회의장 입장 후 민주당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등과 인사를 나눈 문 대통령은 중간 통로로 모여든 민주당 의원과 일일이 악수했다. 좌석 배치상 통로 가까이 나오지 못한 일부 여당 의원은 “대통령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퇴장할 때는 민주당 의원석에서 “와” 하는 환호성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인사하기 위해 일어선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한국당 의원석 쪽으로 향해서다. 통로 주변에 앉아 있던 한국당 의원들은 일어나서 문 대통령의 악수에 응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연설 종료 직후 본회의장 밖으로 향하다 문 대통령이 다가오자 걸음을 멈추고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이어 민주당 의원 일부와 인사를 나눈 문 대통령은 본회의장 왼편으로 향해 바른미래당 정병국·주승용·박주선·김동철 의원, 정의당 이정미·심상정·윤소하 의원, 민주평화당 박지원·유성엽 의원, 무소속 서청원 의원 등과도 악수했다. 문 대통령은 약 4분여간 본회의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퇴장했다. 원외 인사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본회의장 외빈석에서 문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떠난 직후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달 31일 한국당이 제출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보고했다. 같은 시각 문 대통령은 로텐더홀에서 기다리던 일부 국회 직원들의 환호에 인사로 화답하면서 국회 본관을 나섰다.
한편 문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문 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대법원장·국무총리·헌법재판소장·중앙선거관리위원장), 여야 5당 대표·원내대표와 환담했다. 이 자리에서 문희상 의장은 “경제가 무척 어렵다는 게 정부 정책이 변화하는 과도기라고 보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 민생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 점을 대통령께서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말씀하신 부분에 역점을 두고 예산안을 편성했다. 많이 도와달라”고 답했다. 이어진 비공개 환담에서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고 홍 원내대표가 전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