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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계 공장 중국 … 제조업 체감경기 2년 만에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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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1일(현지시간) 10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50.6에 못 미쳤고, 9월(50.8)보다 나빠졌다. 2016년 7월(49.9)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상 넘는 하락, 4분기도 어렵다” #무역·부동산 문제 등 첩첩산중 #내년 1분기 급속 경기 위축 우려

제조업 체감 경기를 반영하는 제조업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10월에 50.2로 떨어진 것은 중국 경제가 경기 위축 국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조업 PMI는 이달까지 27개월 연속 확장세를 지속했으나, 미·중 무역전쟁 영향으로 5월 이후 하락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은 9월 24일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고율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월 경제 지표는 미·중 무역전쟁 확전의 여파를 온전히 반영한 첫 달로 주목받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월 중국 제조업 체감 경기가 예상보다 더 위축됐다. 이는 4분기에도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질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발표한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2009년 1분기(6.4%) 이후 가장 낮은 6.5%로 나타났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날은 더욱 어둡다. 신규 수출 PMI는 46.9로, 9월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2016년 1월(46.9) 이후 3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를 앞둔 6월(49.8)부터 50을 밑돌고 있다. 신규 수출 주문 감소는 향후 제조업 체감 경기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서비스업·건설업 동향을 반영하는 비제조업 PMI 역시 53.9로 9월(54.9)보다 떨어졌다.

기업 규모 별로는 중소기업의 고통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제조업 PMI는 51.6으로 평균을 웃돌았으나, 중견·중소기업은 각각 47.7, 49.8로 집계돼 위축세가 뚜렷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부채 축소 정책을 이어가면서 자금난을 겪는 기업이 늘었고, 동시에 미·중 무역전쟁이 격렬해지면서 제조업 확장세가 확연히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당분간 감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브 서바라만 노무라증권 신흥시장 책임자는 “더 나쁜 일은 아직 남아 있다. 무역갈등이 지속하고 부채축소 정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중국 경제는 내년 1분기에 가파른 속도로 하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 언론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10월 경제 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이 무너지지 않도록 방어에 나설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SCMP는 “10월 경제 지표가 악화할 경우 ‘환율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중국인민은행의 의지를 시장이 시험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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