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 당선시켜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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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날 오전 11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퇴원한 박 대표는 곧바로 대전으로 이동했다. 유정복 비서실장을 제외하곤 비서진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행동'이었다. 병원에서 취재진 앞에 선 박 대표는 20일 피습 당시 입었던 짙은 남색 바지정장에 주홍색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비서실 관계자는 "어제 옷 몇 벌을 가지고 왔다"며 "박 대표가 그중 유독 그 옷을 고른 것은 피습의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결의의 표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후 2시40분쯤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후 3시10분쯤 박 대표는 도청 주변 번화가인 은행동의 '으능정이 문화거리'를 찾았다. 이곳에는 박 대표의 대전 방문 소식을 접한 지지자 6000여 명(당 추산, 경찰 추산은 3500명)이 모여 기다리고 있던 상태. 주변 상가 건물엔 "박근혜 대표님 퇴원 축하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도 붙어 있었다.

박 대표는 이곳에서 20m가량 인파를 뚫고 유세차량에 올랐다. 그리고 그는 "여러분의 염려 덕분에 이렇게 나왔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을 뗐다.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성효 후보를 꼭 당선시켜 달라"며 "제가 여러분께 보증하고 약속드린다"고 호소했다. 이 말을 하는 동안 그는 덜 아문 상처를 의식해 입을 크게 벌리지 않은 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도 상처가 당기는 듯 손을 대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확성기를 사용했는데도 연설이 잘 들리지 않자 군중은 다소 웅성거렸다. 박 대표는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심정으로는 인사하고 호소하고 싶다"며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2분여간의 짧은 연설을 마친 뒤 곧바로 차에 올라 서울로 갔다. 유 비서실장은 "박 대표가 삼성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한 뒤 내일 제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120여 명의 경찰과 50여 명의 시당 청년당원 등이 나와 박 대표를 경호했다.

대전=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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