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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세습은 현대판 음서제” 대학가에 비판 대자보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을 놓고 젊은 층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3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경희대 캠퍼스에는 ‘누가 이 나라를 망치는가’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대자보에는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을 ‘현대판 음서제’라 규정하고 ‘국민들이 54:1 경쟁할 때,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경영진 목까지 졸라 얻은 결과’라면서 친인척 고용 현황을 나열했다.

이 학교 경영학과 3학년 이모(21)씨는 “화가 나는 걸 넘어 허탈하고 허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을 위해 오전 7시 전에 중앙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밤 11시가 다 돼서야 집에 돌아간다”면서 “이렇게 공부해도 결국 좋은 일자리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나눠먹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날 한국외대(서울 동대문구) 중앙 게시판에도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고용비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적힌 대자보가 붙었다. 정채윤(한국외대 폴란드어과4)씨는 “청년 실업이 몇년간 누적돼 있다 보니 일반 대기업에 들어가기는 바늘 구멍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이라며 “힘들지만 그나마 공정하다고 믿었던 것이 합격과 불합격 기준이 분명한 공기업이나 공무원 채용시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구의역 사고로 전 국민이 슬퍼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담론이 일었는데, 이마저도 자신들의 이윤 챙기기로 몰고간 데 대해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지난 27일 성명서를 내고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선(아주대 수학과4) 한국대학생포럼 대표는 “서울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고용의 질이 좋아졌다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채의 문은 좁아지고 노조 담합만이 확장됐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노조의 담합은 모두를 절망케할 뿐”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이 확보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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