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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스타 그림자' 가 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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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프로축구 에이전트 이승태·김기훈·김민재·김병준씨(왼쪽부터)

◆무슨 일 하나=22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그를 찾았을 때 그는 세무사와 만나고 있었다. 선수들의 소득신고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이다. 스포츠 에이전트의 일반적인 업무는 ▶선수나 팀의 스폰서 유치 ▶구단과의 연봉 협상 대행 ▶팀이나 선수의 방송 중계권 판매 ▶광고 계약 및 홍보 전략 수립 등이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일이 훨씬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관리다. 선수들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은 기본. 해외 경기에 참가할 경우는 늘 동행해 그때 그때 생기는 선수들의 불편한 점을 덜어준다. 축구화 등 물품을 분실하면 즉시 스폰서와 연결해 공급하기도 하고,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도록 보약 성분에도 세심한 신경을 쓴다. 또 모든 경기의 기록을 데이터 베이스(DB)로 관리하고 경기력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선수와 함께 고민한다.

김 사장은 "선수들과 생활을 거의 같이 하다 보면 에이전트와 선수 사이는 형.동생이 된다"고 설명했다. 에이전트가 선수 출신일 경우 더욱 그렇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전화 통화로 그날의 일정과 컨디션을 확인하고 훈련이나 경기가 끝나면 숙소에서 미팅을 한다. 김 사장을 포함한 4명의 에이전트는 이번 스코틀랜드 전지훈련부터 선수 가족 15명을 이끌고 간다. 2명은 선수들을 밀착 수발하고, 1명이 가족들을 돌볼 예정이다. 이번 출장기간 동안 김 사장은 해외 유력 구단의 에이전트들과 접촉해 선수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스포츠시장의 큰손=1994년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가교역을 한 에이전트 스티브 김의 활동상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국내에도 '스포츠에이전트'란 직업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3년 뒤 톰 크루즈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cguire)'가 인기를 끌면서 스포츠 에이전트의 직업적 매력이 널리 퍼졌다.

스포츠산업 선진국 미국과 유럽에서 에이전트는 선망 받는 직업이다. 마크 매코믹이 1960년 골프 선수 아널드 파머의 메니지먼트를 맡으면서 설립한 IMG는 현재 40여 개국에 100여 개 지사를 두고 1000여 명의 각 종목 선수를 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10억 달러가 넘는다. 박찬호의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운영하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미우주항공국(NASA) 출신의 통계전문가까지 고용하고 있다. 이들이 작성한 과학적 자료를 내세워 협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인트호벤의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성사시킨 SFX 역시 에이전트 전문 다국적 기업이다.

국내에서 스포츠 에이전트가 직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전후다. 2001년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위임을 받아 공식 에이전트 자격 인증 시험을 치르고 있다. FIFA의 각종 선수 관련 규정이 많이 출제되며 국가별 협회 정관과 민법 등과 관련한 문제도 나온다. 국내 프로야구의 경우 한국야구위원회가 2001년부터 변호사에 한해 법정대리인 자격을 주기로 했지만 시행되지 않고 있다.

김용만 단국대 스포츠 경영학부 교수는 "선수의 권익 보호와 동기 부여를 위해서라도 에이전트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양질의 에이전트를 길러내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 과정도 마련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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