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언론의 기생적 해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공시대의 엄격한 언론통제시대를 벗어나자 거의 반사적으로 언로가 각종 형대로 트이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의 트임은 분명 민주화의 필요불가결한 밑거름임에 틀림없다.
과거 강압에 의해 폐간되었던 신문·잡지들, 지하에서 맴돌던 팸플릿과 저작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새로운 신문·잡지들이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솟아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지금까지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하고, 알고싶은 진실이 있어도 알지 못했던 모든 국민들의 억눌렸던 권리를 해방시켜줬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본질을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이 소중한 본질에 기생하는 독버섯이 여기저기서 솟아나고있는 현실을 보면서 이를 제거하기위한 엄격한 노력이 나와야 된다고 믿는다. 그것은 모처럼 우리가 얻은 언론의 건전한 발전과 사회적 기여를 위해 절박한 과제라고 믿는다.
그런 뜻에서 대검에 민생침해사범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이비 기자들의 공갈행위를 인신매매범·상습폭력범과 같은 파렴치범들과 함께 퇴치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사이비 기자들의 횡포는 4·19 직후처럼 민주화가 이루어진 시대에 폭발적으로 불어났던 상황을 우리는 이미 겪었다. 또 5공시대의 초기에는 그와 같은 상황이 언론 통폐합이라는 국민의 언로를 근원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강권조치의 구실이 되었던 뼈아픈 체험을 하기도 했다.
그와 같은 과거의 치욕스러운 경험을 토대로 근래의 언론 독버섯을 5공비리와 같은 차원에서 뿌리뽑아야 할 비리로 규정짓고 언론 자체에서는 물론 사회에서도 퇴치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 책임은 1차적으로「국민의 언로」를 자임하고 나선 언론인 스스로에게 있음을 우리는 자인한다. 그러한 책임감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각 언론인 단체들이 언론인의 행동강령을 세워 이를 공개하고 실천해나가야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는 언론인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언론단체의 자체기능으로 제재를 가해야겠지만 사이비 언론의 횡포가 발견되는 대로 피해당사자와 이를 목격한 제3자, 그리고 사법기관이 다같이 이를 뿌리뽑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와 같은 자체 정화노력이 성실하게 이루어질 때 사이비 기자는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언론의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사회의 감시기능이다. 정부의 시책을 견제하고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비리의 요소들을 파헤쳐 건전한 사회를 이끌어나가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짜 기자건, 정식 언론기관에 속해 있는 기자건 간에 사회의 비리고발을 빌미로 금품을 강요하는 행위가 방치될 경우 그것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왜곡하고 마비시키는 결과가 된다.
그런 현상은 우리가 어렵게 되찾은 언론의 자유를 좀먹는 독소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제거하는 작업은 민주시대의 새로운 언론전통의 정립을 위해 필수적이 아닐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