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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이 나서 "임종석 자기정치 아니다"고 항변한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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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자기 정치를 하려거든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하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동의할 수 없다”며 공식 대응에 나섰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5사단 비무장지대 GP 초소 앞에서 군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5사단 비무장지대 GP 초소 앞에서 군 관계자로부터 브리핑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임 실장이 자기 정치를 했느냐”며 반문한 뒤 “그 자체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임 실장이) 철원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한 것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위원장으로서 상황을 점검하고 이행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해발굴 현장) 동영상에 내레이션한 것은 국민소통수석실에서 그 내용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게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임 실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이던 지난 17일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강원도 철원 남북 공동 유해발굴 현장을 찾았다. 또한 26일엔 청와대가 공식 유튜브 계정에 유해 발굴 현장을 촬영한 4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는데, 임 실장이 직접 내레이션을 했다.

이에 앞서 손 대표는 이날 오전 당 회의에서 “비서실장은 나서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비서실장이 왜 국정원장과 국방ㆍ통일장관을 부하 다루듯 대동하고 전방을 시찰하며, 비서실장이 왜 대통령을 제치고 청와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나서서 야단이냐”며 임 실장을 직격했다.

특히 손 대표는 “국민은 또 하나의 차지철이나 최순실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촛불을 똑똑히 기억하라”고 말했다.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은 박정희 정권 때 권력자로 부상했다가 10·26 사태 때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숨졌다.

손 대표와 임 실장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초 청와대가 "평양 회담에 여야 대표도 동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손 대표 등이 이를 거절하자, 임 실장은 페이스북에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오셨으면 한다”고 적었다. 이에 손 대표는 "비아냥으로 들린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 대변인까지 나서 비서실장 논란에 대응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향후 거취 등을 고려해 임 실장 관리에 나선 거 아니냐"는 분석이 적지 않다. 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첫 비서실장으로 지금까지 1년 5개월간 비서실장 역할을 해왔다. 청와대 안팎에선 “임 실장이 2020년 총선에 출마하거나, 그 전에 입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임 실장의 역할이 크기에 당분간 직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임기 내내 비서실장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정치인으로 다른 길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두 사람은 여권에서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대표적인 호남 출신이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임종석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두 사람은 여권에서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인사 중 대표적인 호남 출신이다.[청와대사진기자단]

임 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이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더불어 여권 내 호남 출신 차기 대선 주자군으로 분류된다. 공교롭게 이날 한 매체는 “이 총리가 임 실장의 전방 방문에 대해 크게 화를 냈다”는 보도를 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파악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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